스타우브, 르쿠르제, 휘슬러, 헹켈, 실리트 등등등 유행하는 냄비는 많고, 아직 내 취향은 잘 모르겠고, 덥석 사기에는 가격도 만만치 않고. 냄비 살 때 내 마음이 그랬다. 내 손으로 직접 산 첫 냄비는 아마도 홈쇼핑이었던 것 같다. 10만 원 대에도 냄비 구성 몇 개씩 되는 만만한 세트들을 구입해 보았는데, 결론적으로는 그런 제품들은 금세 까지거나 타거나 온갖 예상치 못한 이유들로 예쁘게 살림하고 싶은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쓰레기만 양산하는 결과. 몇 가지 홈쇼핑 중저가 제품을 체험해 보고 안 되겠다 싶어 결혼을 핑계로 백화점 브랜드 제품에 눈을 돌리고 당시 내가 알고 있던 브랜드 중 가장 신뢰할 수 있었던 휘슬러 오리지널 프로피 냄비를 세트로 질렀다.
쓸수록 제 값하는 스테인리스 냄비, 휘슬러 오리지널 프로피
휘슬러 냄비는 고급 스테인리스 재질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스텐'이 아니라 '고급'이라는 점! 스테인리스 냄비가 진짜 많고 다들 304네, 18-8이네, 포스코 제품이네, 통 3중이네, 통 5중이네 하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다들 양질의 스테인리스를 내세우는 말들이다. 하지만 스뎅이라고 다 같은 스뎅이 아니라는 사실! 그동안 수많은 스뎅 제품을 사용해 본 결과 스뎅의 질은 가격만큼 비례한다는 게 내 나름의 결론이다. 비슷해 보이는데 어떤 건 왜 더 비싸지 하는 건 대부분 사용하다 보면 점점 퀄리티 차이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휘슬러 냄비에도 다양한 라인과 그에 따른 가격대가 존재하는데 간혹 독일 제조가 아닌 제품이 있거나 저가 보급형으로 기획된 제품도 있는 것 같다. 이왕 휘슬러를 사용할 거면 그 브랜드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제품을 사용해 보길 권한다. 내가 산 오리지널 프로피 시리즈는 왜 휘슬러, 휘슬러~ 하는지 느끼게 해주는 제대로 된 스테인리스 냄비다.
휘슬러를 쓰면서 냄비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조리에서 거의 불편을 느껴본 적이 없다. 팬처럼 기름 두르고 고기를 볶다가 물을 넣어주는 미역국 같은 요리는 할 때도 좋고, 수육이나 찜처럼 뭉근하게 끓여줘야 하는 요리도 주물 못지않는 성능을 자랑한다. 뚜껑에 홀이 없어 주물냄비처럼 꽉 닫아서 빨리 온도를 높여준다. 특히, 다른 스테인리스 냄비와 다른 점은 바닥에 있다. 두툼한 바닥은 타는 일이 없고, 열 전도율이 좋다. 인덕션에 놓으면 바닥과 착! 하고 밀착되기 때문에 안정감도 느껴진다. 무엇보다 스테인리스는 위생적이고 어떤 짓을 해도 원상복구가 가능해서 조리부터 관리까지 너무 좋은 냄비로 추천하고 싶다.
내부에 눈금이 있어서 라면 물양이나 국 끓일 때 분량을 확인할 수 있고 나사 등의 부품없이 매끈해서 세척도 좋다. 진짜 안 지워지는 자국이 있다면 베이킹이나 식초 넣고 끓이면 다 없어지기 때문에 내 수명보다 휘슬러 냄비 수명이 더 길 것만 같다.
휘슬러 냄비의 진가는 다른 스테인리스 냄비를 사보고 알게 되었다. 분명히 통 3중이라고 해서 샀는데 바닥이 타기도 하고, 국물이 끓을 때 뚜껑이 덜컥거리는 매우 신경 쓰이는 냄비도 있었기 때문. 휘슬러 냄비의 큰 특징 중 하나는 '푸어림 링'이다. 이게 뭐냐면 냄비에 담긴 국물을 그릇에 부울 때 절대 흘릴 일이 없다는 거다. 이거 아주 편하고 훌륭한 기능이다.
이렇게 세심할 수가~ 감동을 느꼈던 포인트!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휘슬러 냄비의 유일한 단점은 식탁에 바로 올리기에는 부족한 디자인과 감성이라는 것. 조리대에서는 세련되고 멋스러운 느낌이 있지만 테이블에 바로 올리기에는 뭔가 부족하는 그냥 철 덩어리처럼 보인다. 사실, 오리지널 프로피 라인을 구매한 게 그나마 디자인이 가장 멋져 보여서였는데 이게 식탁 위에서는 좀 부족하다. 그래서 눈이 돌아간 게 아마도 르쿠르제나 스타우브와 같은 멋스러운 주물 냄비였던 것 같다.
테이블 테코에 좋은 주물냄비, 스타우브 꼬꼬떼
컬러가 주는 매력과 뭔가 빈티지하고 고급스러운 마력! 스타우브 냄비는 그냥 조리만 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분위기로 테이블에 바로 올려서 끝까지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어떤 그릇보다 더 예쁘기 때문이다.
한 동안 르쿠르제와 스타우브가 내 월급을 엄청 흡입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것도 예쁘고, 저것도 예뻐서, 세일 등의 행사로 가격이 좀 괜찮다 싶으면 덥석 덥석 구매했는데.. 지금은 사이즈가 작은 주물들만 남겨두고 모두 정리해 버렸다. 큰 사이즈의 냄비들은 너무 무거워서 아웃시켰고, 특히 르쿠르제는 조리 때 물이 너무 떨어져서 대부분 정리해 버렸다.
스타우브와 르쿠르제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보다 뚜껑에 있다. 눈에 보이는 색감은 취향이겠지만 뚜껑은 냄비의 기능을 좌우한다. 스타우브는 뚜껑 안 쪽에 돌기가 있어서 수증기를 냄비 속으로 다시 넣어준다. 뚜껑 닫고 한 시간을 끓여도 밖으로 물 한 방울 떨어지는 일이 없어서 저수분 요리에도 좋고, 뜸을 들이면 좋은 요리에도 적합하다.
반면에 르쿠르제는 저런 돌기가 없고 수증기가 뚜껑 밖으로 떨어져서 마치 물이 끓어 넘치는 것처럼 불과 만나서 지지직 거리는 소리로 스트레스를 준다. 르쿠르제를 너무 사랑하는 분들은 이 현상을 '르쿠르제 눈물'이라고 부르며 이마저 포용해주는 대단한 애정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내 애정도는 그 수준은 아니었다. 나의 주물 냄비의 입문은 르쿠르제였지만 종착은 스타우브!
스타우브의 최대 단점은 무게일 듯. 따라서 사이즈 선정이 중요하다. 18센티 꼬꼬떼는 2~3인용 찌개나 솥밥을 만들기 좋은 사이즈라서 무척 자주 사용할 수 있다. 묵직해서 인덕션에 착! 붙어서 안정적인 조리도 가능하다. 스타우브는 철 소재에 에나멜 코팅이 된 냄비다. 철이라서 강하고 열 전도율도 좋지만 잘못하면 녹이 쓸 수도 있어서 물에 담가놓고 해외여행 가거나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떠나선 안 될 일이다.
또 코팅은 벗겨질 수도 있는 거니까 스테인리스 재질에 비하면 좀 조심해서 사용해줘야 한다. 실리콘이나 나무 재질의 스푼으로 조리를 해줘야 한다던지~ 그런 식이다. 아! 그리고 너무 센 불로 가열하면 냄비 때깔이 안 좋아지기 때문에 과도하게 성격이 급하다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좋은 냄비들은 중불로도 충분히 훌륭한 요리가 가능하다는 점! 기억해 두면 냄비를 아름답게 오~래 사용할 수 있으니 성질 죽이고 살림하자.
나에겐 2% 아쉬운 세라믹 냄비, 실리트 실라간
살림은 늘 반복되니까 지겨울 때가 꼭 있다. 그래서 새로운 살림살이를 들여서 일상의 환기를 좀 줘야 한달까? 사실 휘슬러와 스타우브만으로 냄비는 충분하다는 생각이지만 실리트 실라간 냄비가 궁금해져서 한 번 써보고 싶었다. 롯데홈쇼핑에서 최유라 언니가 열적외선이 나온다는 둥, 음식이 상하지 않는다는 둥, 마법 같은 소재로 설명을 하길래 대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다. 그렇다고 세트로 지를 일은 아니고 실리트 셀프 체험용으로 작은 냄비를 한 번 사보았다.
실리트 브랜드의 실라간이라는 소재의 본질은 세라믹이었다. 근데 뭐 이것저것 좀 합성을 했는지 브랜드만의 특별한 세라믹을 개발해 실라간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 같다. 아무튼 실리트 실라간은 기본적으로 세라믹이기 때문에 단단하고 묵직하다. 냄비 바디를 보면 매끈하고 묵직해서 사용감이 아주 좋았다. 음식이 얼마나 상하지 않고 오래 보관되는지는 실험해보지 않았지만 사용해 보면 좋다는 느낌이 확실히 오고, 각지지 않고 둥근 쉐입이 설거지도 편하고 좀 귀엽고 정이 간다.
그런데! 결정적인 단점은 뚜껑에 있었다. 그냥 보면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평범한 유리 뚜껑인데 요리를 하다 보면 이 뚜껑이 얼마나 들썩거리는지 아주 거슬린다. 뚜껑이 잘 눌러줘야 요리가 잘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는데,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냄비 바디에 비해서 뚜껑은 한없이 가볍고 저렴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예쁜 냄비이지만 왠지 테이블로 바로 올리기에는 부족한 디자인의 느낌? 음..... 뭔가 다양한 면에서 2%씩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작은 냄비를 한번 사용해 보면 만족했다면 높이가 낮은 전골냄비를 실리트로 구입해 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마음을 접은 상태. 바디가 너무 훌륭한데 왜 끝까지 디테일하게 퀄리티를 챙기지 못했는지.. 휘슬러나 스타우브로 눈이 한 껏 높아진 상태에서 나에겐 조금 아쉬운 냄비다.
소중한 냄비, 처음처럼 예쁘고 오래 사용하는 법
휘슬러, 스타우브, 실리트 모두 좋은 브랜드들이고 기본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는 것은 확실하다.
마음먹고 산 브랜드 냄비를 오랫동안 좋은 상태로 사용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불을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좋은 냄비는 가장 높은 화력이 아닌 그 보다 2단계쯤 낮은 화력에서도 빨리 반응하고 오래 지속된다. 인덕션을 사용하면 궁둥이도 깨끗하고 별 문제가 없긴 한데, 신혼 2년 동안은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면서 냄비 궁둥이들이 많이 더러워졌다. 가스레인지는 불꽃이 냄비에 직접 닿게 되니까 좀 더 세심하게 조절해주어야 한다.
너무 센 불은 냄비를 상하게 하고 사실 조리에도 큰 도움이 못된다. 특히 냄비 사이즈 이상으로 불꽃이 나가는 일은 없게 하는 것이 냄비를 깨끗하게 쓰는 방법이다. 그나마 휘슬러는 스텐이라 좀 덜한데, 스타우브와 같은 주물 냄비는 불 조절을 신경 써줘야 코팅이 상하지 않는다.
이제 막 살림을 시작하는 아끼는 지인이 있다면, 기본 냄비로는 스테인리스인 휘슬러로 세팅하고 작은 사이즈의 예쁜 주물 냄비를 1~2개 추가해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휘슬러는 조리와 관리가 뛰어나서 살림을 좀 쉽게 만들어주고, 스타우브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감성을 충족시켜 주니까 말이다.
다양하고 예쁜 냄비를 써보는 재미가 쏠쏠해서 그나마 살림에 재미가 붙은 것 같다. 앞으로 더 잘 관리해서 할머니가 돼서도 이 냄비들을 보면서 내 어릴 적 서툰 살림을 회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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