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면 1번이 숙소요, 2번이 맛집 아니겠는가.
이번 강원도 여행 숙소가 켄싱턴 설악비치였는데, 고성에 위치한 곳이지만 속초와 경계에 있어서 맛집 투어가 매우 수월했다. 사실 많은 맛집들이 만족스러웠지만 특히 인상 깊었던 곳이고 재방문을 하거나 꼭 할 예정인 식당들로 소담식당, 별주부네 물곰탕, 모녀가리비를 꼽고 싶다. 고성, 속초 맛집 좀 검색해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봤을 법한 유명한 식당인데 먹어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진다. 다만, 평일 여행시 휴무일이나 브레이크 타임을 챙기지 않으면 허탕을 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고성 소담식당 해물향 나는 섭국, 둘째 넷째 화요일 휴무
섭국은 강원도 여행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인데, 섭은 사이즈가 아주 큰 자연산 홍합을 말한다.
봉포머구리집 식당을 갔을 때 그날따라 물회가 안 땡겨서 섭국을 시켜봤는데 그 날 이후 섭국에 강렬한 관심이 생겼다. 봉포머구리네 섭국은 맛은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이게 진짜 강원도의 섭국 맛은 아닐 것 같아'라는 운명적인 느낌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명하다는 강원도 섭국 집을 찾아서 남경식당, 소담식당에서 섭국을 먹어보았는데 3군데 섭국 식당 중에서 고성군에 있는 소담식당 섭국이 가장 맛이 좋았다. 이날 이후로 나는 '섭국'이라는 음식에 굉장한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섭국 식당도 도전해 보고 싶다. 왜냐면 섭국은 집집마다 특색이 있고 맛이 달랐기 때문이다.
소담식당 섭국을 셋 중 제일로 꼽은 이유는 향긋한 해물향 때문이다. 맵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고 적당히 가벼우면서 시원하고 향긋한 맛이다. 자극적인지 않지만 심심하지 않고 순하면서 해물의 단맛의 느낄 수 있다. 섭은 잘게 썰어져 있어서 한 숟갈마다 섭이 씹혀서 끝까지 맛있었다. 어떤 이들이 섭이 너무 자잘해서 싫다고도 했다. 큼직한 재료는 먹음직스럽고 인심도 후해 보이지만 몇 번만에 끝나는 게 나는 아쉽다. 그리고 재료를 잘게 썬다는 건 아주머니 손목이 엄청 일을 했다는 거여서 난 정성을 느꼈다. 요리 좀 해본 사람이면 재료 손질의 그 수고로움을 이해할 듯.
이번 방문은 두 번째였고, 가게에서 먹지 않고 2인분을 포장해서 숙소에서 먹었다. 포장용은 달랑 국만 있어서 좀 당황했다. ㅋㅋㅋ 밥은 없냐고 하니까 주실 듯했는데 마침 밥이 떨어졌다더라. 그래서 그냥 햇반에다 먹었다. 식당에서 먹으면 나오는 밥과 반찬, 일회용 수저세트를 넣어주지 않으니 참고해 보길 바란다. 반찬가게서 국을 사 왔다고 생각하면 되는 컨디션이다. 좀 서운했지만 맛에는 서운함이 없었고 역시 나에겐 1등 섭국 맛! 다음에는 여행 끝나고 집으로 갈 때 섭국을 포장해 가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소담식당 내부는 일반 백반집 분위기여서 훌륭한 느낌은 아니고, 봉포머구리 식당이나 남경식당에 비하면 훨씬 딸린다. 따라서 이렇게 국을 포장해서 집이나 숙소에서 편하게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참고로 소담식당 바로 옆쪽으로는 고성 맛집으로 유명한 '40년 전통오미냉면'이 있다. 한 집 걸러 맛집이라니~ 이 동네는 뭐 장인 마을인가! 그런데 아뿔싸! 오미냉면은 음.. 국수도 수육도 그저 그랬다. 특히, 수육은 진짜 본전 생각나게 하는 맛이어서 왜 이렇게 유명한 지 납득이 어려웠다. 그날따라 손맛이 부족했는지 모르겠지만 가볼 집이 많기에 두 번의 기회를 주긴 어렵다. 일단 내 맛집 리스트에서는 아웃하는 걸로.
속초 별주부네 물곰탕 꼴뚜기 무침, 수요일 휴무
별주부네 물곰탕 식당은 꼴뚜기 무침을 사 먹을 수 있는 귀한 장소이기 때문에 나에게 매우 소중하다.
식당 위치는 속초 중앙시장 근처라서 시장이랑 엮어서 들러보기 좋고, 뒷골목에 위치하고 있지만, 인근 유료 주차장에 주차를 할 수 있다. 나는 속초에 왔기 때문에 이 식당을 들러보는 게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꼴뚜기 무침을 먹기 위해서 이 식당을 몇 번이나 방문을 했었다. 휴무일을 모르고 왔다가 정말 실망을 크게 한 적도 있다. 네이버 가게 정보를 보니 주문 마감도 오후 4시란다. 저녁 식사는 할 수 없다는 슬픈 사실 TT
꼴뚜기는 오징어보다는 좀 야들해서 한치회 느낌이 나고 야채를 섞어 밸런스 좋게 매콤 새콤하게 입맛 돌게 만드는 이 무침회는 정말 한 번 먹고 끝낼 수 있는 맛이 아니다. 매콤하지만 맵찔이인 나에게도 견딜 수 없는 정도는 아니고, 너무 야채가 씹혀서 섭섭하다 느껴질 때 쯤 꼭 꼴뚜기가 나타나서 아슬아슬하게 마음을 풀어준다. 반찬도 너무 좋아서 밥 한공기 뚝딱이다. 음식 솜씨 보면 다른 메뉴들도 분명 맛보장일 것 같지만, 나는 오로지 꼴뚜기 무침만 먹었고 항상 만족했다. 아무리 유명해져도 꼴뚜기 무침 메뉴는 없어지지 않고 오래 있어주면 감사할 것 같다. 주방에 아주머님이 움직임이 약간 힘들어 보이시던데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속초 모녀 가리비 오징어순대, 수요일 휴무+ 브레이크 타임까지
블로그에서 맛집 소개는 다 홍보라고? 아니었다. 역시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찐 리뷰들도 아직은 많은 것 같다.
난 사실 오징어순대에 큰 관심이 없었다. 모양을 보아하니 왠지 안 먹어봐도 알 것 같은 그냥 그런 느낌? '그래 뭐, 동해는 오징어가 유명하니까 오징어순대도 유명하겠지' 이런 생각이었는데, 속초 고성 쪽 맛집 리뷰를 찾아보다가 모녀가리비 오징어순대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 블로거를 발견하곤 생각이 달라졌다.
"모녀가리비 오징어순대는 일반 오징어순대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다."
아니 뭐, 이렇게까지 말한다고? 궁금해졌다. 내가 적당히 예상하고 있는 오징어순대의 맛이 아니라니! 남들이 다 맛있다고 하면 꼭 이유는 있더라. 그래서 한번 먹어볼까 했더니, 사 먹는 게 쉽지 않았다. 휴무일도 체크해야 하고, 매일 15:30~17:30까지 브레이크 타임도 있어서 그냥 오다가다 들러볼 수 없고 마음먹고 시간 맞춰 방문해줘야 한다. 오징어순대 한번 먹어보는데 이럴 일인가 싶어서 방문을 미루다가 이번에 첫 도전을 하게 되었다.
속초 대포항에 즐비한 가게들 중 하나이고, 식당 내부에서 먹을 수 있는 자리도 잘 마련되어 있다. 왠지 친구들이랑 놀러 오면 이런 데서 술을 진탕 마실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하지만 우리는 소박하게 오징어순대 하나 포장해서 숙소에서 맥주와 함께 조촐하게 즐겼는데...
내가 본 블로그 리뷰는 과장이 아니었다. 확실히 내가 상상한 맛도 아니었고, 비주얼보다 기대 이상의 맛이었다. 누룽지라고 해서 딱딱할 것 같았던 식감도 아니고~ 간도 적당해서 소스를 더할 필요도 없다. 역시 남의 말 듣길 잘했네~ 아직은 믿고 살 수 있는 우리 사회! 다음에도 속초에 온다면 간식으로든 야식으로든 꼭 한번 다시 찾을 맛이었다. 오징어순대 좀 먹어봤다고 속단하지 말고, 모녀가리비의 특별한 오징어순대는 꼭 한번 확인해 보길 바란다.
맛집이 있어서 더 행복했던 이번 강원도 여행! 다 맛난 음식 정성껏 만드시는 사장님들 덕분이다.
꾸준히 정직하게 흥하시고 건강하셨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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