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강원도 속초, 고성, 강릉, 양양에 가는 걸 좋아하는데, 경기도 성남에서 속초로 가려고 하면 3시간 정도는 잡아야 하기 때문에 점심시간이 좀 애매해진다. 놀러 가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 떨기도 싫고, 여유 있게 출발하면 목적지에서는 아주아주 늦은 점심시간이 되기 때문. 그런데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엄청난 맛집! 방태천 막국수를 알게 된 후로는 아주 여유 있는 여행도 즐기면서 정말 맛있는 점심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내린천 휴게소에서 10분 거리이기 때문에 휴게소에서 밥 먹을 바엔 방태촌 막국수에서 맛있는 한끼를 추천한다.
방태촌 막국수는 tvn의 인기 프로그램인 <지구오락실>을 보고 알게 된 집이다. 방송에서도 강원도 고성으로 향하던 길에 점심시간이 되어서 가게 된 집이기 때문에, 진짜 딱 속초, 고성 가는 길에 들러보면 아주 좋은 위치다. 방송에서 너무 맛있게 먹어서 궁금해서 한번 가봤는데, 그 맛과 가격에 깜짝 놀라 한 달 만에 두 번째 방문을 하게 되었다. 첫 방문 때는 막국수와 감자전을 먹었고, 두 번째는 막국수와 수육을 먹어봤으니 이 집의 전 메뉴를 먹어본 셈이다.
1인분 7천원 막국수의 품격
메밀국수를 참 좋아해서 메밀이 유명하다는 봉평에도 종종 갔봤지만, 방태천 막국수는 맛으로는 절대 밀리지 않고 가격으로는 절대 우위! 솔직히 이런 시골 마을에 여행 오는 이유가 만만한 가격으로 건강한 음식 먹어보려는 생각인데, 좀만 유명해지면 반드시 관광지 가격이 되고 마는 것이 좀 씁쓸하지 않나? 임대비 비싸다는 서울 한복판에 있는 가게도 아닌데 비싼 가격으로 토속 음식을 먹으면 맛은 인정이지만 왠지 씁쓸한 맛도 함께 느껴질 때가 있다. 그에 반해 방태천 막국수는 1인분에 7천 원인 가격이면서도 혹시나 양이 부족할까 봐 추가 사리까지 내어주시는 진짜 시골 인심이 느껴지는 로컬 맛집이다. 그리고 얇은 메밀전도 서비스로 나온다. 처음에는 내가 시킨 감자전인 줄 알았다. 서비스로 메밀전과 국수 사리를 내어주는 후한 인심. 여기까지 찾아온 보람이 느껴지는 감사한 식당이다.
막국수는 비빔이냐 물이냐 고민할 필요없이 한 가지로 나온다. 국물 없이 양념이 세팅되어 나오는데, 비벼서 먹다가 육수를 부어 물막국수로 즐길 수 있고, 설탕, 겨자, 식초 등 자신의 입맛에 맞게 조정해 볼 수도 있었다. 나는 아무 추가도 없이 처음부터 육수를 넣어 물막국수로 먹는 것이 가장 좋았고, 남편은 나름대로 설탕, 식초를 더해서 먹었다. 시원하면서 적당히 식감도 좋고, 메밀 구수한 느낌이 연하게 나면서 호로록호로록 맛있게 넘어간다. 개인적으로 심심한 평양냉면은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는 입맛이라 너무 심심한 거 싫어하고, 매운 것도 못 먹는데 아주 밸런스 좋게 잡힌 맛있는 맛이었다.
음식, 공간, 사람이 모두 깔끔한 식당
방태천 막국수는 김치 맛집이다. 배추 김치, 열무김치, 백김치 등 갖가지 김치가 나와서 국수랑 곁들여 먹기 좋았는데 김치 맛도 장난이 아니었다. 그리고 매우 인상적인 점은 김치가 정말 깔끔하고 깨끗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왜 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채소를 정말 위생적으로 손질해서 깔끔하게 양념한 듯한 느낌이 들어 둘러보니 매장도 정말 구석구석 깔끔했다. 이런 분위기의 매장은 흔하게 접해보았지만 대부분은 눈을 좀 감아야 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방태천 막국수는 눈 가는 곳마다 더러운 느낌이 드는 곳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서빙을 해주시는 남자 사장님도 매우 점잖으시고 깔끔하다는 인상? 불필요한 움직임이나 말씀이 없고, 고급스러운 식당의 매너가 느껴진다. 이곳은 음식도 매장도 사람도 모두 깔끔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 믹스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을 빼 들었다. 평소에 이런 거 먹지도 않는 사람인데, 웬일이냐고 물었더니
'여기는 이런 자판기도 깨끗할 것 같아서 한번 먹어보고 싶네'
먹거리 원산지를 좀 확인하는 편인데, 수육 고기가 프랑스산인게 아쉬웠지만 맛으로는 아쉬움이 없었다. 수입 고기인 만큼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수육을 시키니 추가되는 쌈과 찬이 있었서 상이 금세 푸짐해졌다. 점만 찍으라는 의미의 점심인데, 가슴까지 꽉 차는 점심식사를 하고 말았다. 정말 마음에 드는 맛집을 발견해서 기뻤지만, 강원도 인제는 진짜 올 일이 없어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벌써 서운하다. 근처에 멋진 카페라도 하나 있다면 방태천에서 국수 먹고 커피 한잔 하는 나들이 코스도 짜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당분간은 속초, 고성 여행 가는 길에 오다가다 방문해야 할 것 같다. 속초, 고성으로 여행하는 분들, 강원도 내린천 휴게소를 지나가는 분들이라면 방태천 막국수에서 시골 인심과 토속 음식의 맛을 꼭 한번 느껴보길 바란다. 다만, 매일 15시~17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 있으니 영업 시간은 확인하고 움직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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