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무조건 쿠쿠가 하는 줄 알았다.
너무 당연하게 집에는 전기 압력밥솥이 있었고, 10년 넘게 잘 사용해 오고 있었는데 살림을 하다 보니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전기 밥솥, 10년 동안 씻지 않고 눈에도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잖아?' 그런 생각이 들자 찝찝해졌고, 남아있는 밥들이 비싼 전기를 먹어가면서 누렇게 변하는 모습도 자꾸만 거슬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두식구 밖에 없는 우리 집에 10인용 밥솥이 너무 부담스럽다. 6인용 전기압력 밥솥을 하나 더 살까도 생각해 봤지만, 전기 압력밥솥 보다 일반 압력솥의 밥이 더 맛있다는 말들과 풍년 압력솥이 좋다는 후기들이 많아서 어떤 느낌인지도 궁금해졌다. 우리 집에는 이미 휘슬러 압력솥이 있었지만 불편해서 거의 쓰지 않고 있었기에 풍년 압력솥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졌을 무렵이다.
그리하여 두식구 밥짓기 전용으로 인덕션용 풍년 하이클래드 뉴파이브 IH 압력밥솥 4인용을 구입한 지 일년! 생각보다 관리가 쉽고, 사용 방법이 어렵지 않고, 밥은 항상 맛있게 잘 되어서 풍년 압력솥을 널리 널리 알리고 싶어졌다.
휘슬러와 가장 비슷한 풍년 압력솥 모델
풍년 압력솥이 좋다는 말만 듣고 사려고 보면, 너무 많은 제품 종류가 있어서 당황스러울 것이다. 풍년 압력솥은 제품명에 한 글자만 달라도(예를 들어, 뉴파이브냐, 뉴하이브냐) 기능과 디자인이 다를 수 있으니 대충 보고 주문하면 제품도 대충 배송되니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일단 나는 인덕션에서 사용이 가능하고, 위생적인 스테인리스 제품들을 1차 선별하였고, 스텐 중에서도 통 3중보다는 통 5중의 제품을 골랐다. 경험상 더 가볍고 더 얇은 통 3중 스텐레스는 쉽게 타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디자인인데, 처음 써보는 압력솥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내가 가진 휘슬러 압력솥과 사용방식이 가장 비슷한 형태를 찾아보았다. 그렇게 선별된 최종 제품이 바로 '풍년 하이클래드 뉴파이브IH'이다. 압력이 높아지면 연두색 표시바가 올라오고, 뚜껑을 열고 닫는 방식이 휘슬러 블루 압력솥과 가장 비슷해보였는데, 너무 비슷해서 풍년이 휘슬러를 따라서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풍년 하이클래드 뉴파이브IH'는 풍년 압력솥에서는 상위 라인인듯 하고, 분류 자체를 '프로 밥맛'이라고 내세우는 걸 볼 수 있었다. ㅋㅋㅋ 프로 밥맛이라는 표현이 좀 웃겼지만, 고급 라인인 걸 강조하는 의도로 보이고 밥이 완성되는 시간이 가장 짧았다. 13분 만에 밥이 된다고 하는데 실제로 나는 20분을 사용하고, 쌀을 약간 불려주면 더 만족스러운 밥이 완성된다. 밥 짓는 시간은 불 세기나 개인의 기호에 따라 조금 다를 것 같다. 아무튼 풍년 기준에서는 가장 빠르고 프로페셔널하게 밥을 짓고, 가장 고사양 스테인리스를 사용한 것으로 보여서 이 제품으로 결정했다.
어떤 쇼핑몰 Q&A에서 나사까지 스테인리스라는 내용을 보았는데, 일년을 사용했지만 나사 주변에 어떤 녹 비슷한 것도 보이질 않고 깨끗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보아 빈말은 아닌 것 같다. 튼튼하고 위생적인 스테인리스 압력솥이니 인덕션을 사용하든 가스렌지를 사용하든 고민하지 않고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다.
풍년 압력솥 용량 고르기, 관리법
브랜드 가이드에 보면, 식구 수의 2배 용량으로 고르라고 하는데 매우 합리적인 기준 같다. 두식구는 4인용, 세식구는 6인용, 네 식구는 8인용 이런 식으로 고르면 매일 하루치 밥을 할 수 있다. 물론, 식당 공깃밥 기준으로 한 끼를 먹을 때 이야기다. 우리는 2명이니까 4인용을 구매했는데, 4인용은 냄비 바닥이 18센티여서 2~3인용 냄비 사이즈라고 볼 수 있다. 사이즈가 적당해서 손에 편하고, 매일 밥을 해서 먹고 설거지를 하면서 관리를 하니 밥맛도 좋다.
압력솥은 냄비, 뚜껑, 연두색 고무패킹으로 분리되는 구조가 단순해서 복잡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를 가진 전기 압력밥솥 보다 마음이 편하다. 일년 동안 쓰면서 고무패킹은 한 번 교체했다. 왠지 김이 새고 전처럼 밥이 안된다 싶을 때는 고무 패킹만 새 걸로 끼우니 짱짱하게 성능이 돌아왔다. 고무패킹은 6개월에 한번 씩 교체하는 걸 추천하지만 쓰다가 불만족스러우면 그냥 교체하면 될 것 같다. 사실, 고무 패킹 이외에 압력에 관련된 모든 부품들이 개별로 잘 판매되고 있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고, 셀프로 교체할 수 있는 동영상까지 제공하고 있어서 여러 모로 무척 신뢰가 간다.
휘슬러 압력솥 왜 안써?
난 이미 휘슬러 압력솥이 있었지만, 풍년 압력솥을 추가로 구매했다.
신혼 때 그냥 좋다고 해서 왜 필요한지도 모르고 산 휘슬러 압력솥! 홈쇼핑 보다가 이것저것 주는 풍성한 구성에 혹해서 구입을 했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휘슬러 블루 압력솥은 하위 라인에 속했고(냄비는 똑같이 훌륭하지만 압력 뚜껑에서 라인의 차이가 있다), 뚜껑 상단에다가 굳이 홈쇼핑용 시리얼 넘버까지 각인해놔서 디자인을 다운 시켜놨다.
'진작 반품했어야 했는데.. ' 하는 생각을 열번 이상하고 있다.
이 제품이 방치되는 결정적 이유는 압력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않기 때문! 요리할 때 파란 신호등에서도 손잡이에서도 여기저기 자꾸만 김이 새서 계속 신경이 쓰이고 지켜보게 된다. 처음부터 계속 안 됐으면 빨리 조치를 취했을 텐데, 됐다가 안 됐다가 하니까 그냥 썼다가 안 썼다가 방치하길 몇 년이 지나버렸다. 뒤늦게 AS를 문의했더니 택배를 보내라는 매우 귀찮은 요청! 택배를 보냈더니 손잡이가 일부 파손되었고, 부품 교체했더니 돈이 몇만 원 들었고, 사용을 해봤더니 여전히 됐다 안됐다해서, 휘슬러에 대한 나의 애정과 신뢰가 상당히 훼손되었다.
더 좋은 라인을 사볼까도 생각했지만 AS센터의 불편함과 휘슬러 압력솥의 김빠짐 현상은 은근히 많이 거론되는 문제였고, 긴 손잡이를 가진 편수 디자인이 보관도 설거지도 불편해서 지금은 그냥 방치상태다. 휘슬러 압력솥이 이 지경이다 보니 새로 산 풍년 압력솥이 상대적으로 더 예뻐 보이는 건 당연지사! 소모품인 고무 패킹 값만 해도 너무 차이나! 쳇!
휘슬러 압력솥 실패를 경험으로 더더욱 고르고 골라 구입한 풍년 압력솥 하이클래드 뉴파이브 IH! 휘슬러와 비교했을 때 특별히 밥맛의 차이도 없으면서 관리는 더 쉽다. 압력이 잘되면 밥은 잘되기 때문에 압력밥솥의 관건은 '압력'인 것 같다. 잡곡을 불리지 않고 넣어도 밥이 잘되고, 밥 짓기 전용으로만 사용하다 보니 빈 솥에서도 항상 구수한 곡물 향기가 베어있다.
오늘도 갓 지은 새 밥을 만들어 맛있고 정성 가득한 식탁을 꾸려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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