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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임 좋은 살림

예쁜 화이트 주방 칼세트 컷코(cutco) 10년 사용 후기

by 김소보로 2023. 4. 6.

미국 칼 브랜드 컷코(cutco)는 백화점 등의 일반적인 판매 채널이 없고, 방문판매를 고집하고 있다. 10년 전 컷코 홈페이지에 방문해 상담 신청을 하니 남자 영업사원이 칼을 보여주겠다고 만나자고 하는데, '모르는 남자가 칼 세트를 들고 우리 집에 온다고?' 이런 섬뜩한 생각이 들어 집 근처의 커피숍에서 보자고 약속을 했다. 대신 최대한 북적이지 않고 한적한 동네 골목 커피숍에서 만나서 그가 펼쳐놓은 화려한 칼세트를 신나서 구경을 했고, 나의 호응에 신이 난 영업 사원은 우수한 칼의 절삭력을 보여주기 위해 뭔가를 마구 자르는 시범까지 보여줬다.
 
그렇게 그 카페에서 처음 만나 각자 신나 했던 남녀의 모습! 떠올릴 때마다 어김없이 웃음이 나온다. 당시 내가 뭐에 꽂혔는지 잘 기억은 안 하지만 그렇게 만난 컷코 칼세트는 나의 소중한 결혼 혼수용품이 되었고, 지금은 사용한 지 10년이 되었다.   

컷코(cutco) 칼세트
미국 방문판매 브랜드 컷코CUTO 칼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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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컷코 칼, 오! 쓸수록 요긴해

나름 심사숙고를해서 고르긴 했지만 살림도 안 해본 내가 뭘 알았겠나. 세트로 구입을 하다 보니 맘에 드는 것과 안 드는 것이 생겼다. 컷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칼은 이런 톱니모양의 날을 가진 모든 칼이다. 독특한 이 칼날은 더블 D날이라고 부르는데, 컷코가 내세우는 칼의 특장점이자 정체성인 것 같다. 이 칼날은 별도로 관리해 주지 않아도 무뎌지지도 않고 깨끗하게 자르기 힘든 김밥, 빵 종류들을 아주 깔끔하게 잘라준다. 잘 익은 수육도 예쁘게 자르기 편하다.
 
영업 사원의 말에 의하면 꽁꽁 언 냉동 고기도 20분 정도만 해동하고 나면 이 칼로 자를 수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해보니 정말이었다. 하지만, 굳이 냉동고기를 어렵게 자를 일은 실생활에선 많지 않았다. 아무튼 여러 개는 아니어도 하나쯤 있으면 유용한 칼이기에 추천하고 싶다. 

컷코 CUTCO 더블 디날
10년간 갈지않아도 성능좋은 컷코 더블 D날 칼날

은근히 자주쓰고 유용한 아이템은 가장 작은 사이즈의 톱니 날을 가진 샘플 칼이다. ㅋㅋㅋ 이 작은 칼은 컷코를 느껴보라고 상담 신청하면 무료로 하나씩 증정되던 건데(10년 전에 그랬다), 나에겐 2개가 있다.

샘플칼은 칼날이 아주 짱짱하고, 빵 자르거나 접시에 담긴 김치 자르거나 간단하고 두루두루하게 아주 잘 사용하고 있다. 구입할 순 없지만, 가장 비슷한 상품으로는 커트러리용 테이블 나이프가 있는데.. 사고 싶어도 그거 한 두 개 구입하자고 또 영업사원을 대면하는 건 참 번거로운 것 같다. 

컷코 주방 가위
분리형 주방가위, 컷코 수퍼 가위

가위도 훌륭하다. 분리형인데 10년 전에는 분리형이 큰 장점이었지만, 지금은 분리형 가위가 많아서 돋보이는 장점은 안될 것 같다. 아무튼 분리형이라 연결부위에 끼는 때가 없고 식세기에 넣을 때 아주 편하다. 다만, 자칫 하다가는 사용하다가 분리돼서 발에 떨어질 수도 있으니 조심성 없는 사람은 분리형 가위는 안전상의 이유로 비추한다.

이 가위는 닭뼈도 자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이 역시 실생활에서 자주 없는 일이라 그렇게까지 사용해 본 적은 없지만 고기 구우면서 자를 때 느낌은 아주 깔끔하고 훌륭하다. 튼튼하고 좋은 가위이고, 컷코에서도 그냥 주방가위로는 성에 안찼던지 '슈퍼가위'라고 부른다. 

컷코 주방 식칼
날 관리가 필요한 컷코 주방 식칼

 
식칼은 음... 애정까진 아니고 그냥 가장 자주 쓸 수 밖에 없는 칼이다. 식칼 자체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아서 손작고 힘도 없는 나에게 좋긴 한데, 문제는 사용하다 보면 날이 무뎌지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했다. 몇 년 전에 영업사원이 와서 식칼을 한번 갈아준 적이 있었는데, 잠깐 아주 좋았다가 다시 또 무뎌져 버렸다. 그리고, 길이가 6인용 식세기에 넣기에 약간 길어서 핸들링에 불편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컷코 이전에 사용했던 행켈 주방 식칼과 비교하면 아주 만족스럽다. 행켈은 너무 무겁고 힘이 많이 들어가는 느낌이어서 나에게는 영 맞지 않는 칼이었다. 사은품으로 받은 식칼이라 좀 떨어지는 사양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우리 집 행켈 칼을 경험하면서 혼수에서는 행켈을 제쳐버리는 계기가 되었다. 

컷코 칼
손잡이 끝까지 스테인리스가 연결된 일체형 컷코 칼

 
컷코 칼은 칼날부터 손잡이 끝까지 일체형으로 스테인리스가 연결되어 있어 튼튼할 수 밖에 없고, 이 부분 때문에 중심을 잘 잡는다고 한다. 과학적인 설명이나 인체공학이니 이런 거 모르겠지만 써보면 손잡이 그립감이 우수하고 손목에 큰 무리가 없으면서 사용하기 좋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나에겐 너무 길어서 좀 거추장스럽고, 무뎌지는 칼날을 관리해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더 좋은 주방 칼을 찾기가 어려워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다.  
 

컷코 비추천 아이템, 괜히 샀어

컷코 사면서 괜히 샀다 싶은 건 날카로운 삼지창처럼 생긴 바베큐 포크이다. 요건 사실 좀 멋을 부린 아이템이었는데, 수육이나 통 바비큐 할 때 근사하게 사용해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사용 횟수가 현저히 떨어지고, 수육이나 바비큐는 집게로 고정하는 게 더 편하더라. 그리고 요즘 예쁜 바비큐 포크들도 많이 나와서 자꾸만 눈이 돌아간다. 은근히 포크 끝이 날카롭고 길이가 길어서 보관에도 좀 신경 쓰이고 거추장스러워서 정리하고 싶어 진다. 

컷코 바베큐 포크
정리하고 싶은 컷코 바베큐 포크와 도마

 
컷코 도마는 사은품으로 받았지만 실제로 판매도 되는 상품으로 이미 한번 써봤지만 그저 그랬다. 칼과 닿는 느낌이 좋은 건 맞는데, 일단 플라스틱스러운 재질인 게 마음에 안 들고 굽도 있어서 보관도 좀 애매하다. 도마의 숙명인 칼자국이 쫙쫙 잘 자는데, 점점 더러워져서 오래 쓰지도 못한다. 도마는 에피큐리언과 같이 압축 나무 도마가 젤 좋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에 새롭게 생긴 도마는 몇 년째 사용하지 않고 그냥 보관만 하고 있는 애물단지다. 
 

컷코 단점, 불편한 구매 방법과 애매한 서비스 

컷코에 관심이 있다면 일단 상품 브로셔를 한번 받아보면 좋을 것 같다. 컷코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상품 브로셔를 보내달라고 신청할 수 있고, 영업사원의 상담 신청도 할 수 있다. 지금도 주는지 모르겠지만, 영업사원 상담을 받으면 쏠쏠한 샘플 칼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낸 보람도 있을 것이다. 또 컷코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리빙 페어 박람회 같은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곳에 가면 오프라인 매장처럼 편하게 구경할 수 있고, 그때 구입하면 좀 좋은 혜택을 주기도 한다.

이런저런 방법이 있지만, 꽤나 번거롭다. 방판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고수하는 모양인데, 시대가 변했으니 판매 방식 정도는 좀 바꿔도 되지 않나 싶다. 오히려 변치 않고 유지해야 할 건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일 텐데 희한한 걸 고수하고 있다. 세트로 구입하긴 했지만 단품으로 한 두 개씩 추가하고 싶어도 구입 방식이 번거로워 포기하게 된다. 
 

우드 칼블럭
10년 사용했지만 상태가 좋은 컷코 우드블럭, 바닥엔 물이 닿아도 좋을 보강이 되어 있다.

 
컷코는 평생 품질보증을 내세우고 있는 브랜드지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모르겠다. 칼을 갈아주는 것 같은데, 그 서비스 받기가 참으로 번거롭다. 그냥 오프라인 서비스 센터라도 있으면 오다가다 칼을 주고받으면 될 것 같은데 날카로운 칼을 택배로 보내고 받고.. 이거 나만 번거롭나? 이것도 좀 개선하면 좋겠다. 그냥 평생 품질보증을 해준다는 건 마케팅을 위한 슬로건 같고, 실용적인 서비스는 되지 못하는 것 같다.

몇 년 전에 컷코 측에서 연락이 와서 우리 집에 방문해서 제품을 한번 봐주겠다고 해서 너무 고마웠는데, 집에 있는 식칼을 갈아주긴 했지만 추가 구매를 유도하거나 신규 회원 소개를 끈질기게 유도해서 참 별로였다. 추가 영업 활동을 위한 서비스라면.. 글쎄 그게 브랜드의 특장점이 될 수 있나? 그냥 판촉 활동이지.
 

컷코 칼세트
결혼 혼수로 구입한 컷코 칼세트

 
좀 투덜거리긴 했지만 컷코 칼 세트를 구입한 것에 후회한 적은 없다.
내 주변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왜 이런 칼세트를 사는지 전혀 이해를 못 했지만, TV를 보면 요리좀 한다는 분들은 컷코 칼을 사용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최근에는 편스토랑 어남선생 류수영씨도 집에서 컷코 주방 식칼을 사용하는 장면을 보았고 그는 칼을 고를때 무게 중심이 잘 잡히는 걸 사라고 조언까지 한 바 있다. 컷코는 워낙 디자인이 눈에 띄기 때문에 잠깐만 스쳐도 금새 알아볼 수 있는데, 예쁜 흰색 컬러인데 변색도 없이 예쁨을 유지하고 있어서 참 기특하다. 
 
무엇보다 서툴렀지만 애정을 가지고 모은 내 소중한 혼수이고, 컷코를 처음 만날때 그 카페를 떠올리면 언제나 즐거운 추억이다. 가격이 만만치 낳아 아무리 신혼혼수라도 소심하게 구성할 수밖에 없었던 소박한 내 컷코 칼세트, 내 살림이 폐업할 때까지는 쭉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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