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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머물다

제주 우도여행 하루 코스, 소섬전복, 카페 그리고 책방

by 김소보로 2023. 5. 7.

제주는 여러 번 방문했지만 우도는 처음이었다. 제주에도 구경할 게 많은데 뭐 하러 배 타고 다른 섬까지 들어가나 싶었는데.. 제주도의 유명한 곳을 다 방문해 보았더니 이제 우도만 남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나 혼자 산다에서 박나래 님이 한번, 김광규 님이 또 한 번 방문하는 모습을 보면서 펌프질이 왔달까? 그리하여 이번 제주 여행 일정 중 하루는 우도를 방문하는 걸로 계획을 세웠다. 소섬전복에서 밥 먹고, 카페에서 쉬다가 작은 책방에서 기념품처럼 책 한 권 사 오는 것으로 마감했던 나의 첫 우도 여행! 썩 만족스럽다.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
고소한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

성산항에서 우도 입도하기 

우도간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쉽게 하는 말은 '우도는 한 시간이면 다 돌아'라는 소리였다. 그렇게 작나? 그런데 이 말은 맞기도 하지만 틀리기도 하다.  작은 섬이라서 물리적으로 한 시간으로 다 돌 수 있는 곳이지만, 우도는 곳곳이 절경이고 쉬기 좋고 멍 때리기 좋은 곳들이 천지라서 하루가 꽉 차는 일정을 보낼 수 있고, 1박을 해도 만족스러울 수 있는 곳이다. 여행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평가가 달라지겠지만, 한 시간 만에 우도를 다 본다는 말은 내 스타일에는 맞지 않았다. 쿠팡 로켓배송하러 오셨나고요! (참고로 실제로 우도에도 쿠팡 배송 차량이 다니고 있어서 상당히 놀랐다. ㅋㅋㅋㅋ 역시, 대한민국은 배달의 민족인가)

우도 들어가는 법
우도 들어가는 큰 배에 사람이 가득찼었다

우도에 들어가려면 성산항에 가서 항구 매표소를 찾아 표를 끊으면 된다. 배가 자주 있고 10분이면 간다고 하는데, 시간을 재보지는 않았지만 금방 도착하긴 했다. 우도에는 항구가 2개인데, 우리는 천진항으로 가는 배를 골랐다. 배를 타기전에 인적 사항을 적어내고 표를 사서 큰 배에 몸을 실으면 그만이다.
 
나는 성산항 근처에 숙소를 정하고 느긋한 아침을 즐긴 다음, 12시 즈음에 우도에 도착해 우도에서 점심을 먹는 일정을 세웠다. 그렇게 점심부터 저녁 6시까지 우도를 즐기고, 6시 30분에 떠나는 마지막 배를 타는 계획이었는데, 아주 만족스러운 일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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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와서 줄서서 먹은 소섬전복, 어때?

친구가 소섬전복을 꼭 가야 한다고 해서 갔는데, 맛집으로 소문이 났던지 이토록 한적하고 작은 섬에 와서 대기를 설 줄은 몰랐다 ㅋㅋㅋ 난 원래 맛집에도 줄 서는 걸 싫어하는데, 우도는 어디든 풍경이 끝내주는 곳이라 짜증 따위의 감정이 일지 않는다. 밖에 있는 메뉴판도 감상하고, 풍경도 감상하니 금세 우리 순서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눈이 즐겁고 날씨가 좋으니 약간의 배고픔은 아무것도 아니다. 역시 사람은 자신에게 여유가 있어야 사사로운 감정을 발산하지 않는 것 같다. 

우도 소섬전복
우도맛집 소섬전복

전복을 테마로 한 미역국, 물회, 죽, 찌개 등의 메뉴가 있는데 우린 미역국과 물회를 주문했다. 그러자 조금 후에 기본 반찬이 세팅되었는데, 솔직히 깜짝 놀랐다. 안그래도 다른 분들 식탁 마다 고기가 있었는데, 메뉴에서 보이질 않아 뭘 시켜야 저게 나오나~ 궁금했었는데 무려 기본 반찬이다! 기본의 레벨 보소! 그것만 있어도 감사한데, 게장에 젓갈에! 너무 신이 난다. 제주의 게장은 게가 좀 작고 껍질이 야들한 게 특징인데, 제주에서 잡히는 게가 그렇단다. 이미 여러 번 먹어본 적이 있어서 보기만 해도 너무 흐뭇했다.

소섬전복 반찬
소섬전복 기본반찬 수준, 와우!

뒤이어 우리가 주문한 미역국과 물회가 나왔는데, 전복밥까지 딸려 나와서 17,000원이라는 가격이 싸게 느껴졌다. 하지만 물회에 전복이 너무 없다 TT(가격 생각하면 없다고 하기엔 미안하지만, 먹기에 그렇다는 뜻이다) 그냥 좀 달달하고 맛있는 야채 냉국맛? 전복은 한 두번 먹으면 모두 사라진다. 그래도 내 곁에는 게장이 있으니 위안이 된다. 게장과 전복밥을 함께 먹어도 너무 맛있으니까! 전복밥은 전복과 김가루가 토핑 된 구성인데, 밥이 질어서 좀 별로였다. 원래 전복밥이라 함은 좀 고슬고슬한 게 정석인데 말이다.
 

소섬전복 전복물회
전복밥과 전복물회

그래도 맛이 없는 건 절대 아니고, 상당히 성의있게 최선을 다해서 구성한 메뉴와 찬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손님들도 청소년 아이들, 어르신들이 모두 좋아했고, 서양 외국인, 동양 외국인도 많이 찾아오는 것 같았다. 한번쯤 들러볼 만한 좋은 식당으로 추천한다. 
 

가다 멈추면 그곳이 멋진 카페 

철저한 여행계획을 중시하는 친구가 정해둔 카페도 있었는데, 그 카페도 역시나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우도에서 바글바글한 카페를 가는 게 너무 옳지 않아 보여서 바로 포기하고, 그냥 드라이브를 하다가 메뉴가 마음에 들거나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카페에 차를 세우고 방문했다.

우도 띠띠빵빵 카페
당근주스와 뷰가 맛있는 띠띠빵빵 카페

결과적으로 그렇게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서 여행 와도 자연이 친구가 되어줄 정도로 감성 가득한 우도이기 때문에 굳이 맛집이나 유명한 카페를 찾을 필요가 없다. 느낌대로 지금 내 감정대로 그저 걸음을 멈추면 될 뿐이다.
 
구좌 당근 착즙주스라는 메뉴가 마음에 들어서 방문한 '띠띠빵빵 카페'에서는 건강한 주스를 맛보며 경치를 즐겼고, 잠시 앉아서 쉬고 싶어 들렀던 '카페 뷰'에서도 커피 맛까지 좋아서 한동안 시간을 보냈다. 친구는 우도가 혼자서로 여행하기 좋은 곳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혼자 와도 자연이 곁에 있어줄 수 있는 곳이니 머리가 복잡한 분이라면 훌쩍 한번 떠나보길 바란다. 
 

뷰가 멋진 우도 카페

기념품 대신 책 한권 고르기 

우도에는 곳곳에 맛집이고 곳곳에 카페이면서 곳곳에 기념품 샵이 있다. 잠깐 들러 이쁜 소품들을 구경을 했지만 왠지 마음이 끌리는 물건이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조그마한 책방엘 들렀는데, 구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덜컥 책 한 권에 손이 간다. 1~2장짜리의 짧은 글을 엮은 작가의 일기장 같은 콘셉트의 책인데, 이런 장소에 딱 어울리는 감성인 데다가 작고 가볍게 편집이 되어서 카페에서든 비행기 안에서든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저 없이 구입했다. 

우도 책방 밤수지맨드라미

간판이 제대로 없어서 무슨 책방인지도 모르겠는데, 책에다 찍어주는 인장을 보니 '밤수지맨드라미'라는 무슨 뜻인지 모를 상호명이다. 책 한권 들고 나오자니 괜히 뿌듯하기도 하고, 기념품 대신 책을 선택한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왠지 우도를 방문한 기념으로 이런 가벼운 책 한 권을 사보는 일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귤모자를 샀어도 신났겠지만, 이번에는 책이 더 어울리는 여행이었으니까. 

우도 기념품으로 선택한 책

우도여행의 동반자, 전기 스쿠터

우도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하나가 바로 전기스쿠터다. 요녀석은 우도 입도 하자마자 렌트를 했는데, 자동차처럼 보이지만 자동차 운전 방법과는 전혀 다르고, 지붕 있는 스쿠터 오토바이로 생각하면 딱 맞을 것이다. 겉보기만 귀엽지 타보면 불편하고, 좁고, 시끄럽다 ㅋㅋㅋㅋ 처음에는 이런 거밖에 없나~ 하고 귀찮다가 몇 번 가다 서다를 하니 아주 정이 들어버렸다. 후진할 때 모든 이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요란한 소리가 나서 처음에 아주 부끄러웠는데, 이것도 이내 익숙해졌다. 

이 모든 일정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우도 툭툭이

제주는 어디라도 나름대로 훌륭한 풍경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우도는 그만의 매력이 확실히 있었다. 좀 인상적이었던 건 제주의 어느 지역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 보였다는 것! 중국, 일본인들, 아랍인들도 보였고, 국적을 알수 없지만 외국인이 확실한 분들이 모두 찾는 글로벌 관광지였다. 자연은 이렇게 모두를 품어준다. 우도 여행! 어렵지 않고 번거롭지 않으니 나처럼 귀찮게 여겼던 분들이라도 생각없이 한번 방문해보면 뜻밖의 추억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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