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릴 때부터 입에 맞는 맛있는 음식을 한번 발견하면 질릴 때까지 먹는 경향이 있다. 그런 집착으로 공부를 했으면 뭐라도 됐을 텐데 그냥 먹는 것만 그렇다. 이번 여행에서는 갑자기 감자에 꽂힌 듯하다. 2박 3일 동안 강릉 주문진을 여행했는데, 여행 첫 식사로 먹은 감자마을의 콩국수와 옹심이가 너무 만족스러워서 계속 그것만 먹고싶어졌다. 결국 여행 마지막날에 한번 더 갔는데, 아뿔싸! 예정에 없던 '금. 일. 휴. 업' 안내에 크게 실망을 하고 대안을 찾다가 강릉 초당마을에 있는 감자적 1번지도 가게 되었다. 둘다 옹심이, 칼국수, 감자전 같은 비슷한 메뉴지만 다른 매력을 가진 곳들이다.
주문진 로컬 맛집이 확실해 보이는 감자마을
감자마을은 딱 봐도 관광지 같은 위치가 아니라 주민들을 타깃으로 할 것 같은 동네에 있는 식당이다. 주문진은 읍이라 작은 시골마을 분위기인데, 감자마을이 있는 곳은 관공서도 있고 읍의 중심지 같은 느낌이 있었다. 도로가에 위치해 있는데, 가게 맞은편에 공용으로 운영되는 무료 주차장이 있어서 주차 걱정 없이 식당을 방문했다. 평일 12~1시 사이에 도착했더니 점심시간과 딱 맞물려 식당 안은 상당히 분주했고, 테이블에는 아직 음식이 나오지 않은 곳이 많았다. 운 좋게 자리를 잡았지만 좀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
주방에는 두 분이 쉴새없이 요리를 하시고, 홀에도 두 분이 응대를 하시는데 손님이 너무 많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콩국수, 옹심이칼국수, 감자전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가게에는 사람들이 계속 들락거린다. 보니까 어르신부터 20대들까지 연령대도 다양하고, 택배 기사님들도 들르시고 딱 봐도 지역 주민들이 가득해 보였다. 시간이 한정된 직장인들이나 택배기사님들은 음식을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하자 아쉬워하며 가게를 나가버리기도 했다. 빈 테이블이 있어도 손님을 받지 못할 만큼 평일 점심 장사가 잘되는 이곳!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기대감으로 배가 부를 지경이다.
콩국수와 옹심이칼국수가 먼저 나왔는데, 기대이상으로 맛있었다. 콩국수는 특이하게 칼국수 면으로 되어 있었는데, 보기에는 맛이 없을 것 같았는데 면이 너무 맛있어서 오히려 원픽이다. 국산 콩을 직접 갈아서 만든 국물이고 그리 진하지도 헐렁하지도 않게 시원하고 고소하면서 후루룩후루룩 할 수 있는 맛이었다. 사실, 여행 일정 중에 재방문한 것도 콩국수가 너무 먹고 싶어서 그랬던 거다. 옹심이칼국수도 맛은 있었지만 여름이다 보니 시원한 콩국수가 더 당겼던 것 같다. 국수를 맛있게 다 먹었는데도 감자전이 나오질 않는다. 국수 먹고 있을 때 믹서기에 생감자를 가는 모습을 직접 봤기 때문에 이제 나오나 보다~ 했는데, 나오는 감자전은 우리 것이 아니었다. 홀 테이블 말고 방도 하나 있었는데, 그곳이 단체손님이라도 있었던지 웃음소리가 가끔 터지고, 주방에서 나오는 음식들이 그 방으로 죄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주방과 홀에서 직원들이 너무 최선을 다하고 계시는 모습을 봐서 우리 음식을 재촉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식사가 다 끝났는데도 감자전이 나오질 않으니까 상황을 말씀드리고 그냥 감자전을 취소하고 계산하고 나가겠다고 했더니, 되려 홀 직원이 활짝 웃으신다. ㅋㅋㅋㅋ 이 상황에 음식 재촉하는 것보다는 쿨하게 포기해 주는 게 더 반가우실 거다. 그래서 결국 감자전을 먹질 못했는데 여행 일정 내내 그 집 감자전 맛이 궁금해서 못 참겠더라.
주방은 약간 오픈 키친 같은 느낌으로 일하시는 모습이 잘 보였다. 보니까 옹심이도 시판용 안쓰시고 직접 반죽 떼어서 넣으시고, 면도 만드시고, 감자전도 생감자를 믹서에 팍팍 갈아대시는 게 잘 보인다. 이렇게 정성있게 음식을 만들어 주시니 시간이 좀 걸려도 이해가 되고 신뢰가 팍팍 생긴다. 요즘 국내에서 감자나 밀가루 구하기 힘든 곳이 어디 있겠나? 그런데도 굳이 찾아와서 먹는 거는 이렇게 해주시는 집이 잘 없기 때문이지. 강추강추! 이미 유명하지만, 너무 유명해져서 변하실까 봐 걱정이 된다.
술안주 메뉴가 가득했던 운치 있는 식당, 감자적 1번지
감자마을에서 감자전을 못먹는 것이 너무 아쉽고, 콩국수를 다시 먹고 싶어서 감자마을을 또 방문했는데 휴업이었다. TT 원래 정기휴무일은 화요일이지만 그날 무슨 사정이 있었던지 수요일인데도 급하게 금일 휴업을 결정하신 듯하다. 너무 피곤하셨나? 암튼 결국 감자마을 감자전을 못먹어서 아쉬움을 달래고자 찾게 된 곳이 감자적 1번지다.
감자적 1번지라는 상호명이 너무 독특한데, 감자적이라는 말은 '감자전'을 부르는 강원도 말이란다. 간판부터 감자전을 내세우니까 감자전을 시킬 수밖에~ 그런데 정말 아쉬움하나 없는 큰 사이즈의 도톰한 감자전이 5천 원이다! 이런 경이로운 가격이란~ 맛이 더 있을 수밖에 없다. 뭘 주문하든 감자전을 사이드로 필수 주문하게 되는 이유다. 대만족!
감자적 1번지가 참 독특했던 건 닭발과 닭똥집과 같은 메뉴가 있다는 거였다. 딱 보아하니 술안주로 먹을 게 그득하다. 실제로 가게도 이쁘고 야외 테이블도 있어서 낮술해도 좋을만한 분위기가 있었다. 전이랑 닭똥집 시켜서 막걸이 한잔 하면 기가 막힐 듯! 그리고 감자 테마의 메뉴는 조촐하고, 도토리 테마의 메뉴가 다양해서 도토리 1번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우리는 감자전과 도토리 들깨 수제비와 묵사발을 주문했다.
사실 난 도토리도 좋아해서 자주 먹어본 경험이 있는데, 이곳 도토리 들깨 수제비도 참 맛있었다. 다만, 묵사발은 좀 조촐해서 1인분 식사로는 비추이고 닭발같이 매운 거 먹을 때 사이드로 곁들이면 좋을 것 같다. 묵사발은 야채 등의 풍성한 맛이 좀 부족하고 육수도 쏘쏘, 면이나 밥이 곁들여지는 게 없어서 식사로는 부족해 보였다. 별 특징 없이 그냥 시원한 맛 정도?
의외로 맛있었던 건 김치다! 식당에서 흔하게 먹는 맛이 아니라 홈메이드 느낌이 나서 아마도 직접 담그시는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김치가 맛있고 음식과 궁합도 좋아서 더 먹고 싶었는데, 김치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고 그냥 추가 반찬은 셀프라는 표지판만 보였다. 나중에 계산하고 나갈때 보니 반찬 코너는 주방에 거의 붙어 있었다. 손님 동선이 아니라 직원들 동선인데, 딱 보아하니 첨에는 직원이 서빙하다가 바빠서 셀프로 돌리신 것 같다 ㅋ
감자적 1번지는 '강릉 병산 옹심이 골목'이라는 곳에 위치해 있다. 옹심이 골목이라 이곳 근처에는 다양한 옹심이 식당들이 같이 몰려있었다. 아마도 그래서 메뉴에 차별화를 주고자 도토리와 닭발 같은 구성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곳은 2호점인지 몰라도 인근에 '감자적 본부'라는 식당이 있어서 참 재미있었다. 분명 관계가 있어 보인다. ㅋㅋㅋ
동네 식당 같은 감자마을과 한적한 분위기가 매력 있는 감자적 1번지 모두 들러볼 만한 곳이니 동선이 괜찮다면 큰 기대 없이 소박한 한 끼를 즐겨보면 좋겠다. 난 여행 이후에도 한동안 감자에 꽂혀 있을 것 같다. 지금도 넘나 먹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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