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는 신혼 때 은근히 많이 구매하고 그만큼 많이 실패했던 아이템이다. 나무 도마가 좋다고 해서 관리하기 좋다는 대나무 도마랑 항균 효과 있다는 편백 도마를 써보았고, 용도별로 구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조셉조셉 도마 세트, 사은품으로 받게 되는 여러가지 항균 플라스틱 도마, 위생적이라고 하는 유리 도마 등등등, 이 많은 도마들을 고작 1~3년 사이에 다 경험해 봤달까? ㅋ 사보면 처음에만 기분 좋지, 쓰면 쓸수록 뭔가 단점이 송골송골 나타나서 항상 좋은 도마 하나 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러다가 홈쇼핑을 통해 운명처럼 만난 도마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이름도 참 거시기한 에피큐리언(epicurean) 도마! 그리고 이걸 만난 이후에는 다른 도마는 더이상 기웃거리지 않게 되면서 고민 없이 재구매를 하고 있다.
식기세척기 사용이 가능한 나무 도마, 에피큐리언
여러 재질의 도마를 사용해 본 경험상 가장 사용 느낌이 좋은 건 단연 나무도마였다. 칼날을 안정적으로 잘 받쳐주면서 손목에 무리가 없달까.. 칼질하는 맛이 있달까? 하지만 나무 도마의 결정적 단점은 수분에 약해서 관리가 어렵다는 것인데, 예전 엄마들 세대에서는 나무 도마를 햇빛에 말려 소독하면서 참 정갈하게 살림들 잘하셨지만, 햇살 소독할 환경도 안되고 도마가 싱크대 밖에 널려있는 게 싫어서 대충 말려서 싱크대 안으로 넣었더니.. 금세 곰팡이 혹은 각종 벌레와 직면하는 상황 TT 씻어서 쓰기도 찝찝해서 다 버린 경험이 있다. 나무 도마가 참 좋은데, 관리가 너무 어렵네? 이런 공식을 단박에 깨준 것이 바로 에피큐리언 도마이다.
에피큐리언은 나무는 나무인데, 통 나무가 아니라 얇은 나무 겹을 엄청난 압력으로 압축해 놓은 제품이다. 그래서 물에 강하고 심지어 식기세척기 사용이 가능하다. 헉!!! 과학은 이런거 하라고 세상에 있는 거 아닌가요? 대박! 칼질하는 느낌은 딱 나무처럼 안정적이고 좋은데 관리도 너무 편해서 손세척해서 건조대에 올리면 엄청 빨리 잘 마르고, 괜히 설거지 귀찮은 날은 그냥 식기세척기에 슝슝 넣으면 몇 년을 사용했는데 아무 이상 없었다. 다만, 좀 더 아끼면서 곱게 쓰고 싶으면 손세척을 추천한다고 하니 요건 집집마다 알아서 하자.
에피큐리언 도마 고르는 법
처음 홈쇼핑에서 에피큐리언을 구입했을 때는 대중소 사이즈 세트와 거치대, 조리도구 사은품까지 풀세트로 받았더랬다. 골고루 사용해 보니 나에게 M사이즈가 가장 사용 빈도수가 높았다. 큰 사이즈 도마를 쓰면 사용할 땐 편한데 설거지하고 치우기가 번거롭고, 워낙 작고 아담한 사이즈의 살림을 좋아하는지라 너무 작지도 너무 크지도 않은 M 사이즈가 젤 잘 맞다. M사이즈는 너비가 대략 30CM 정도이다.
이번에 새로 산 M사이즈 도마는 3번째인데, L사이즈는 처음 산 그대로이다. 그만큼 사용 빈도에 따라 수명도 달라진다. M사이즈는 웬만한 조리 준비에 다 적합하고, L사이즈는 멜론이나 수박, 무, 같은 부피가 큰 과일 채소를 손질할 때 주로 사용하거나 김밥 쌀 때 사용하면 주변이 여유로워서 쓰기 좋다.
필요한 사이즈를 골랐다면 그 다음은 디자인을 결정해야 한다. 에피큐리언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도마들이 있는데, 일단 모서리에 고무가 끼워져서 도마를 밀리지 않게 만들어주는 디자인이 있다. 나의 첫 에피큐리언이 그런 형태였는데, 도마가 얇고 가볍기 때문에 고무가 없으면 칼질할 때 빙글빙글 돌 수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나무에 고무를 끼워놓은 형태이기 때문에 고무를 빼서 관리해 주지 않으면 그 안에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집 6인용 식기 세척기에 도마를 넣으려니 고무의 마찰력 때문에 슝슝 넣기는 어렵고 좀 신경을 써야 하는 번거로움 정도? 고무가 없는 민자 디자인은 곰팡이 걱정이 없고 식세기에 슝슝 넣기 좋지만, 바닥 고정이 안돼서 키친 타월이나 행주를 깔고 쓰는 게 좋다.
도마에 홈이 있는 디자인도 있다. 이런 도마는 국물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아줘서 좋은데 도마가 더 작아지는 느낌이 드는 단점이 있다. 30센티 도마를 샀는데, 20센티를 쓰고 있는 느낌이랄까? 디자인마다 장단점이 있어서 본인이 감수할 수 있는 단점을 고르면 되겠는데, 나는 그동안 이것저것 다 써보아서 이번에는 민자를 한번 써보기로 한 것인데, 음.. 매번 바닥에 뭔갈 깔아야해서 조금 귀찮다 ㅋㅋㅋ
나의 두번째 압축도마는 칼슈미트 제품이었다. 처음 산 에피큐리언 M사이즈가 좀 낡은 듯 하여 새도마를 살려고 마켓컬리에 검색을 해봤더니 에피큐리언이 없고, 독일의 칼슈미트라는 도마가 있었다. 에피큐리언과 똑같은 압축도마 형태이고, 컬리의 상품 소싱을 믿고 한번 써봤는데 만족하면 잘 썼다. 그런데 에피큐리언에서는 본 적이 없는 나무가 좀 일어나는 현상을 보여서 역시 오리지널은 에피큐리언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컬리에 칼슈미트를 검색해봐도 제품도 없고 해서 그냥 오리지널 에피큐리언을 공식 몰에서 구입하게 되었다. 칼슈미트는 에피큐리언 보다 약간 더 저렴한데, 사용감과 퀄리티 느낌이 상당히 흡사해서 짝퉁이라고 치부하기엔 좀 미안한 감이 있다. 그래도 오리지널의 다양함과 내구성에는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으니 참고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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