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까 말까 고민도 되고, 사야지 하면서도 못 사고 있는 살림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세탁기 짝꿍, 건조기이다. 우리 집은 통돌이 세탁기와 미니 세탁기 2대가 다용도실을 차지하다 보니 건조기 둘 자리가 안 나오고, 세탁기도 10년이 넘어가다 보니 좀 참았다가 세탁기를 교체할 때 건조기를 세트로 구매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매일 나에게 닥치는 불편과 짜증! 고것은 늘 빨래가 거실에 있는 풍경이 너무 싫고, 빨리 마르지 않는 세탁물들이 늘 신경이 쓰였다는 것! 이런 나의 심리와 상황을 꿰뚫은 현대홈쇼핑이 주말 아침에 갑자기 에스틸로 미니 건조기 방송을 하는 게 아닌가!
배수관이 없어서 아무 곳에나 전기 꽂아서 쓰면 되고, 용량이 적어서 소량 빨래를 빨리빨리 처리할 수 있어서 큰 건조기 있는 집도 자주 쓰려고 미니 건조기를 산다는 말에 꽂혀! 결제를 하고 말았는데, 막상 써보니 홈쇼핑 언니들은 절대 알려주지 않았던 몇가지 불편이 있었다.
에스틸로 미니 건조기, 수건 12장이 건조되지 않는다.
방송에서는 그랬다. 3kg 용량이지만 수건이 열 몇장은 들어간다고. 그래서 우리 집 수건 12장을 넣어서 표준 코스(2시간 30분)로도 건조해보고 터보 코스(열풍으로만 1시간 50분)로도 건조해봤는데, 완벽하지 않았다. 두 번은 돌려야 그제야 타월 12장이 건조되었는데, 그러면 시간이 무려 4시간이 걸린다. 미니 건조기를 살 때부터 내가 바라는 건 딱 수건과 실내복 정도였다. 특히, 매일 쉴 새 없이 나오는 수건만이라도 정리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미니 건조기를 구입했는데.. 수건 12장이 한 번에 건조가 안 되는 부분이 상당히 아쉬웠다.
수건 12장이 건조기에 들어가긴 했지만, 건조기는 수납장이 아니지 않은가! 건조가 되는 갯수가 중요하지 들어가는 게 뭣이 중한디! 그냥 딱 봐도 수건 12개를 넣으면 통의 80%는 차버리는 수준이어서 뭔가 제대로 되긴 글러먹게 생겼더랬다. 코인 세탁실에 가봐도 건조기 통에 반 이상은 넣지 않아야 건조가 잘된다는 안내가 되어있다. 그러니 통에 빈공간을 두고 빨랫감을 넣어야 작동이 잘 될 것이다. 수건은 대충 7-8개가 맥스 수준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습도 높은 여름철에 수건을 몇 시간 만에 빠르게 건조시켜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무척 마음에 든다. 이래서 다들 건조기~ 건조기 하는 거였구나 ㅋㅋㅋ 수건이 기존 보다 더 뽀송하고 퀄리티가 좋아지는 건 아니었다. 왜 그런 말들을 하는지 이해가 안될 정도로 건조기에서 나온 수건이나 털어서 말린 수건이나 수건의 퀄리티는 비슷한 정도인데, 평소에 내가 너무 잘 털어서 말리기 때문일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에스틸로 미니 건조기, 실내에 둘 물건이 아니다.
홈쇼핑에서는 이 건조기가 매우 저소음이라는 자랑을 했더랬다. 몇 데시벨 밖에 안된다고. 그래서 실내 공간에 두어도 될 것처럼 이야기를 했는데, 써본 결과 실내에 두는 건 진짜 아닌것 같다. 나도 처음에는 안방에 두고 두어번 돌려봤는데, 소리도 시끄럽고, 방에 온도와 습도가 몇 단계씩 오르고, 무엇보다 빨래의 물비린내 같은 그런 냄새(난 섬유유연제를 쓰지 않는다)가 실내에 퍼지는 것이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뭔가 빨래가 건조되면서 배출되는 좋지 못한 공기가 실내에 퍼지는 느낌적인 느낌? 그래서 결국은 빨래 건조대가 있는 안방 베란다에 자리를 옮겼더니 딱이다.
미니 건조기다 보니 워낙 사이즈가 꼬꼬마라서 바닥에 두고 쓰면 골다공증이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홈쇼핑에서 248,000원에 워낙 저렴하게 구입했기 때문에 건조기 전용으로 철제 앵글을 하나 더 구입해 원하는 높이로 딱 맞추었더니 아주 속이 시원하다. 일반 빨래 건조대와 미니 건조기를 한 공간에 두고, 앵글 하단에는 빨래 바구니를 넣어서 옷을 옮길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리하여 우리 집 안방 베란다는 완벽한 빨래 건조실로 꾸며졌달까?
에스틸로 미니 건조기, 필터 청소 각오하고 구입하기
홈쇼핑에서 알려주지 않는 또 하나의 사실은 필터 청소를 엄청 자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헉! 약간 속은 느낌, 나만 그래? 모든 건조기 관리가 그런 건지 난 모르지만, 에스틸로 미니 건조기는 1~2번 사용하고 나면 필터 청소를 해주어야 한다. 이게 엄청 귀찮은 포인트라서 구입하려는 이들은 꼭 알아두었으면 좋겠다. 필터 청소 안하면 어떻게 되냐고? 건조 성능이 떨어진단다. ㅋㅋㅋ 아주, 설명서에 공식적으로 표기가 되어 있다.
필터는 건조기 문을 열어보면 정면으로 보이는 부분에 있는데, 손으로 잡아 당기면 잘 분리된다. 분리된 필터는 총 3가지 파트로 나눠지는데, 플라스틱과 미세 망이 있는 부분, 그리고 부직포 같은 하얀색 부분이다. 이 3개를 분리해서 미세 망에 붙어 있는 먼지와 하얀색 부직포에 붙은 먼지를 떼어 주어야 한다.
부드러운 솔로 털어준라고 되어 있어서 칫솔과 면봉을 사용해 보았는데, 면봉이 더 좋았다. 먼지가 면봉 솜에 잘 뭉쳐지고 흠집 가거나 할 염려도 없기 때문, 뭉쳐진 먼지를 면봉 째로 버릴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다. 특별히 어려울 것은 없지만 매번 필터를 분리해서 청소를 해야 하는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에스틸로 미니 건조기, 생각 보다 좋았던 점
아직 많이 사용해 보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옷감 손상이 적었다. 내가 건조기 구입을 미뤘던 이유 중 하나가 건조기에서는 옷이 줄어들거나 옷감 손상이 생긴다는 것도 있었는데, 좀 손상되더라도 슬프지 않은 옷들만 돌려서 그런지 보다 기대보다 괜찮았다. 특히, 면 티셔츠는 사이즈가 너무 줄어들고 색이 바래거나 옷이 낡아지면 어쩌지 하는 과도한 걱정을 했는데, 손상 느낌은 없고 살짝 줄어드는 옷은 있었다.(근데, 또 손으로 늘리니까 늘어난다, 뭥미?) 다만, 절대 사이즈가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안 되는 옷은 안전하게 건조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가격 대비로는 괜찮은 성능이다. 홈쇼핑 방송을 보다가 충동구매를 한 것인데, 알고 보니 일반 미니 건조기들도 대략 30만 원 이상은 하던데, 난 248,000원에 구입했다. 올해 구입한 남편 면도기보다 싼 금액이어서 부담 없이 한번 써보자 느낌이었는데, 그만한 가치는 할 것 같다. 200만 원쯤 하는 일반 건조기를 10년쯤 쓴다고 가정해 보면, 20만 원 대 건조기는 1년만 써도 괜찮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미쳤다. ㅋㅋ 듣보잡 브랜드였지만, 홈쇼핑 언니의 말씀이 우리나라 미니 건조기는 거의 에스틸로 미니건조기를 출시한 일코 전자에서 제조한단다. 제조 능력이 있는 곳 같아서 한번 믿어본 것인데, 조잡한 느낌은 없는 제품이다. 용량이 적어 아쉽다만 콤팩트한 사이즈로 좁은 베란다에도 사용이 가능하고, 건조기를 써보고 싶었던 나의 목마름을 어느 정도 해소했기 때문에 앞으로 잘 써보고 싶은 마음이다.
'쓰임 좋은 살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이소 주방용품 추천, 계란 보관용기와 채반 용기 (2) | 2024.10.19 |
---|---|
인덕션 상판 청소하려고 샀는데, 프라이팬 바닥 탄자국도 없어졌네? (33) | 2024.09.30 |
식세기 사용 가능한 나무 도마, 에피큐리언(epicurean)으로 도마 고민 종결 (0) | 2024.07.09 |
미닉스 음식물 처리기 필터 교체하는 날, 6개월 사용 후기 (0) | 2024.06.14 |
이딸라 아라비아 순눈따이 접시, 기분 전환 & 이사 집들이 선물 추천 (0) | 2024.04.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