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 전기 압력 밥솥을 사용하지 않은 지 3년이 되었다. 전기 압력 밥솥 대신 모든 부품을 씻을 수 있는 일반 압력 밥솥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구입한 제품은 인덕션용 올 스텐 사양의 풍년 하이클래드 뉴파이브 IH로 거의 매일 쓰는 데일리템이다. 역시, 압력솥하면 풍년~ 풍년~ 그러더니 과장된 말을 아니었나 보다. 전기에서 일반 압력밥솥으로 바꿀 때 가장 큰 걱정이 밥짓는 방법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뭐 그런 걱정을 했나 싶다.
나처럼 일반 압력 밥솥으로 밥하는 걸 두려워하는 분들께 도움을 드리기 위해 풍년 압력 밥솥으로 밥 짓는 법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센 불에서 시작한다
밥을 할때는 강, 중, 약불로 3단계 불조절이 필요하다. 우리집 인덕션은 9단계까지 가능한데 처음 밥솥을 올려서 불을 켤 때 나는 주로 8 혹은 7 정도로 시작한다. 그리고 타이머를 20분으로 세팅하는데, 밥이 다 되기까지 20분이면 넉넉하다.
인덕션을 이용하면 불세기를 숫자로 볼 수 있고, 시간도 타이머로 정확하게 설정할 수 있어서 참 편하다. 혹시 가스레인지에서 밥을 하더라도 원리는 동일해서 처음에는 센불로 시작해야 한다.

연두색 신호등이 올라오면 불을 줄인다
센 불에 올려둔 지 5분 정도가 지나면 풍년 압력 밥솥에 있는 연두색 신호등이 뿅! 하고 올라온다. 요건 냄비에 압력이 찼다는 표시인데, 불이 셀수록 빨리 올라와서 좋지만 너무 센 불로 시작하면 밥이 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니 조절이 필요하다.
연두색 신호등이 올라오면 중불로 낮춰주는데, 8로 시작했을 땐 6으로, 7로 시작했을 땐 5로 낮춰주는 편이다. 가스레인지에서는 눈대중으로 센 불에서 중불로 낮춰줘야 하는 타이밍이다.

추가 많이 돌면 쫀득한 밥맛이 된다
중불에서 십분쯤 두면 밥솥 중앙에 있는 추가 칙칙폭폭 소리를 내면서 돌아가게 된다. 일반 압력 밥솥의 상징이랄까? 처음에는 이 소리가 나면 폭발할까 봐 너무 무서웠더랬다. 사실, 이 장치는 과한 압력을 밖으로 빼주는 거라서 오히려 안전장치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추가 돌면 김이 새고, 물기로 보글거렸다가 나중에는 사라지는 걸 볼 수 있다. 추 근처에 물기가 사라지는 것은 밥이 거의 완성되었다는 증거다.

추가 돌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여줘도 되는 타이밍인데, 이때 원하는 밥맛을 결정할 수도 있다. 추를 오래 돌리면 밥이 더 쫀득한 찰밥이 되고, 추를 거의 돌리지 않고 바로 불을 약하게 조절하면 좀 더 알알이 살아있는 무압의 밥맛이다. 그날 그날 먹고 싶은 밥맛에 따라 이 부분에서 불 조절 타이밍을 결정하기도 하고, 김밥을 만들때는 고슬고슬한 밥이 좋아서 추에서 소리가 날때 바로 아주 약한 불로 줄여주곤 한다.
아무튼 포인트는 추가 돌면 약불로 줄여준다가 되시겠다.
연두색 신호등이 내려가면 뚜껑열기
약불로 두고 20분이 지나면 불을 끄면 되는데, 이게 끝은 아니다. 밥은 뜸을 들이는 과정이 있으면 좋은데, 다 된 밥을 불에서 내려 한 십분 정도 가만히 두면 올라갔던 연두색 신호등이 내려간다. 밥솥 내에 모든 압력이 빠졌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이때 뚜껑을 열 수 있다.
아, 근데 너무 급해서 빨리 뚜껑을 옆고 싶다고? 방법이 있다. 가운데 추를 옆으로 제껴서 내부의 김을 다 빼주면 연두색 신호등이 쏙 하고 빨리 내려가는데, 급할 때 이렇게 밥을 먹어도 맛은 충분하더라.

인덕션에서 8, 6, 4단계로 불을 조절하면서 20분 동안 완성된 밥의 모습은 이렇다. 바닥에 약간 노랗게 된 밥이 있긴 하지만 전혀 딱딱하지 않고 들러붙은 누룽지도 없어서 만족이다. 혹여나 처음 센 불이 너무 강하고 오래 두면 바닥에 누룽지가 많이 생길 수도 있으니 이 역시 개인 취향껏 선택할 수 있다.

사실 쿠쿠 같은 전기 압력밥솥을 사용하면 이 모든 과정없이 그냥 버튼 하나로 쉽게 밥을 할 수 있긴 하다. 나 역시 전기 밥솥을 10년 넘게 잘 사용하긴 했지만, 어쨌든 전자제품이다 보니 미처 씻을 수 없는 부분이 생기고 고장 나면 서비스받아야 하고 이런 것들이 싫어서 일반 압력밥솥으로 바꿔본 것인데, 생각보다 풍년 압력 밥솥을 사용하는 게 더 번거롭거나 그렇지가 않다.
싱크대 위나 특별한 공간에 두지 않아도 되고, 일반 냄비처럼 요리 끝나고 설거지만 하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살림이 더 가벼워진 느낌이랄까? 밥 할 때 다른 반찬이나 주방 일을 병행하면 되기 때문에 불 앞에서 지킨다는 느낌도 없었다. 일반 압력 밥솥으로 밥 하는 걸 두려워했던 분이라면 일단 지르고 시작해 보시라고 권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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