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핸드메이드 도자기 그릇에 엄청 꽂혀 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알게 된 브랜드가 화소반이다. 이천과 여주 일대의 여러 도자기 작가들의 그릇을 구경하던 그 시절, 내 눈에 화소반은 아주 독보적인 느낌을 가진 감성 도자기 그릇이었다. 색상하며 질감 하며 독특한 디자인 등. 그렇게 홀린 듯이 화소반을 모으기 시작해 한동안 아주 잘 쓰는 그릇이었는데, 세월이 흘러 지금은 우리 집에서 가장 손이 닿지 않는 수납장에 화소반 그릇이 그냥 방치되고 있다. 이번에 이사를 준비하면서 새로 그릇을 꺼내보게 되었는데, 생각해 보니 4년 동안 한 번도 쓰지 않고 이사 온 그대로 다시 이사를 가게 된 셈. 아마 새로운 집에 가서도 가장 구석에 보관만 하고 있을 것 같은데... 어쩌다 내 사랑 화소반은 이런 신세가 되었나?

아무리 도자기지만 너무 잘 깨지는 화소반
도자기는 다 깨진다. 하지만 화소반은 내가 사용해본 도자기 그릇 중에 제일 이가 잘 나가는 그릇이었다. 이미 애정이 그득하기 때문에 조심조심 사용하고 있는데도 어느 날 보면 나도 모르게 이가 나간 그릇을 볼 수 있어 너무 슬프다. 어디 떨어져서 와장창 깨지면 미련 없이 버리련만, 버리기도 아깝게 티도 잘 안 나게 이가 나간 그릇들을 보면 마음이 애린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신세계 백화점에서 사온 원형 접시 하나가 구매 한 지 일주일도 안되서 이가 턱 하니 나간 일이 있었다. 아무 충격도 사건사고도 없었는데 그냥 나갔다. 구매한 지 얼마 안돼서 혹시 교환이라도 되려나 문의를 해봤는데, 이가 나간 부분을 갈아줄 수 있다는 허망한 답변이 돌아왔다. TT 이 원형 접시 사건 이후 화소반에 대한 사랑이 급격히 식기 시작했다.

아무 충격도 없는데 깨진다면 귀신이 곡할 노릇이고~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충격은 있었겠지만, 그저 '달그락달그락'하는 정도의 생활감으로 이렇게 쉽게 이가 나간다면 참으로 까다로운 그릇이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식기세척기 사용도 어렵고, 보관도 어려운 터라 관리가 까다로운 그릇이다. 처음에는 사랑으로 모든 단점을 감싸 줄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손이 안가는 아주 중요한 이유였다.
중간에 흙이 바뀌면서 느꼈던 배신감
화소반은 어지간한 수입 그릇 브랜드와 막먹는 가격대라서 여러 번 나눠서 구입했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조금 사보고 다음에 또 필요한 그릇을 추가하는 식으로 모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화소반이 세일을 한번 크게 하더니 이후에 흙과 디자인을 모두 바꿔버리는 일이 생겼다. 흙을 바꿔서 색상이 다르고, 두께도 확연히 달라져서 이전에 애지중지 모으던 그릇들이 한순간에 구식이 되어버린 상황 TT 큰 배신감이 느껴졌다. 세일할 때 미리 공지라도 했으면 세일 품목은 구입을 안했을 텐데~


사실, 흙이 바뀌면서 좀 더 빈티지한 감성이 짙어 지고 무게도 가벼워져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만약 지금 구입을 한다면 흙이 바뀐 지금 버전을 살 것 같다. 하지만 너무 일찍 화소반을 알아버린 죄로 구식 제품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기분이 나쁠 뿐이다. 이미 구식 제품이 수납장에 가득한데, 새로운 제품을 또 사기는 억울한 생각이 들어서 점점 적극적으로 구입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 화소반 구매를 생각하고 있는 분이라면 이 부분은 생각할 필요도 없는 요소이고, 그저 나만의 개인적인 화소반이 싫어진 이유가 될 것이다.

유명 연예인 마케팅에 대한 소외감
화소반은 연예인들이 참 많이 사용하는 도자기 그릇이다. 내가 본 것만 해도 황신혜, 이영자, 이영애, 옥주부, 박나래 등등이 있고, 남자 배우인 류승룡 씨도 화소반의 팬이어서 참 인상 깊었다. 화소반을 너무 좋아해서 화소반 인스타그램 등을 팔로우했었는데, 늘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아님, 마카롱 여사 등의 인플루언서들 말이다.

처음에는 그런 것에 약간 호기심이 생기다가도 너무 많은 연예인들을 홍보하다보니 지쳐가기 시작했고, 점점 브랜드의 매력이 반감되기 시작했다. 수년 전 도자기 그릇에 대한 열정으로 찾아낸 보석 같은 브랜드였는데, 지금은 그저 연예인 광고로 알려지는 브랜드 같은 느낌? 작가님이자 사장님이신 분도 왠지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과의 소통에만 집중하는 그 느낌? 그 느낌이 브랜드에 호감을 상당히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더 이상 구입도 사용도 하지 않는 화소반이지만, 중고로 판매하거나 버리기도 아까운 그릇이다. 이거 하나하나 살 때마다 고민하고 고르고 애정이 듬뿍 쏟았던 나의 시간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실 몇 가지 구형 그릇들은 지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지만 더 이상 정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오죽하면 이나간 그릇도 끌어안고 있겠나? ㅋㅋㅋ 새로 이사가는 집에서도 아마 화소반은 가장 구석진 수납장에 보관만 할 것 같지만, 짐 정리하며 다시 꺼내보니 새삼 그렇게 이쁠 수가 없고, 기분이 좋아진다. ㅋ 언젠가는 마음이 나서 화소반 그릇을 모두 꺼내 한상 근사하게 차려볼 날도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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