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냄비보다 조금 낮고 넓은 형태의 전골냄비는 식탁 위에서 보글보글 끓여 먹거나 다 같이 둘러 도란도란 나눠먹는 재미를 만들어 준다. 그런 환상이 있어서인지 가끔 쓰더라도 마음에 꼭 드는 전골냄비를 항상 갖고 싶었다. 딱 떨어지는 전골냄비는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맘에 쏙 드는 게 없다 보니 어느새 우리 집에는 스타우브 시스테라, 하리오 타진 나베, 킨토 카코미까지 각양각색의 전골냄비들이 모여있게 되었다. 각 브랜드마다 아쉬운 점이 하나씩은 꼭 있어서 자꾸만 다른 걸 사게 되었던 것 같다.
조리부터 세팅까지 완벽한 스타우브 시스테라
미루고 미루다가 가장 최근에 구입하게 된 전골냄비는 스타우브의 시스테라이다. 스타우브는 무게가 최대 단점이라서 사이즈가 커지면 진짜 감당이 안되었다. 스타우브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땐 멋모르고 이것저것 샀다가 무게 감당이 안 돼서 다 정리되고 남은 거라곤 18센티 냄비와 베이비웍 밖에 없었는데(작은 사이즈는 진짜 쓰임이 좋다).. 마음에 쏙 드는 전골냄비가 없어서 결국 시스테라를 사고 말았다.
새거라 그런지 색감이나 코팅이 정말 예술이라 잠시 기분이 붕 떴지만 들어보면 금세 다운되는 마법 ㅋㅋㅋ 시스테라 24cm는 더블 핸들 프라이팬 보다 사이즈는 작은데 뚜껑이 더 있는지라 무게가 상당하다. 더블핸들은 26cm여도 뚜껑이 없고 높이가 더 낮기 때문에 쓰임이 좋긴 한데, 근본적으로 프라이팬이기 때문에 국물이 좀 넉넉하면 조금 애매해지고 뚜껑이 없어서 스팀 효과를 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조금 더 깊고 뚜껑이 있는 시스테라가 욕심이 났다.
스타우브의 모든 냄비는 뚜껑에 독특한 돌기가 있어서 수증기가 냄비 밖으로 빠지지 않는다. 이점은 르쿠르제를 사용해 보면 얼마나 큰 장점인지 알게 되는데, 르쿠르제 뚜껑은 그냥 민자라서 수증기가 늘 떨어지기 때문에 마치 끓어 넘치는 듯한 '지지직' 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시스테라는 일반 냄비와는 다른 형태의 돌기가 있는데, 그 때문인지 뚜껑을 닫아놓으니 이게 끓고 있는지 아닌지 조차 모르게 아주 정숙하게 요리를 해주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다만, 요리는 잘 되고 있지만 아무 반응이 없어서 자꾸 뚜껑을 열어보게 되는 현상이 생긴다 ㅋㅋ
스타우브는 무게만 감당할 수 있다면 정말 강추하고 싶은 냄비이다. 시스테라 24cm 2~3인 정도가 메인 요리로 먹기 좋은 사이즈이고, 4인 이상이라면 다른 메인 음식에 곁들일 수 있는 정도의 전골을 예쁘게 끓일 수 있다. 조리부터 테이블 세팅까지 아주 흡족스러운 시스테라이긴 하지만, 막상 설거지 타임이 다가오자 다시 한번 좌절 TT 자주 꺼내 쓰기는 또 어려울 것만 같다.
전통 뚝배기 감성, 하리오 타진 나베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 감성에 빠져서 구입하게 된 전골냄비가 하리오의 타진 나베였다. 하리오는 유리로 유명한 일본 주방 브랜드인데, 일본 하면 또 나베의 나라 아니던가? 사이즈도 2~3인용으로 아주 적당해서 데일리 전골냄비로 쓰기 좋은 냄비인데, 최대 단점은 뚝배기 타입이라 인덕션 사용이 안된다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 집 휘슬러 쿡탑은 인덕션과 하이라이트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형이라 하이라이트를 이용해 하리오 타진 나베를 사용할 수 있다. 특히, 하리오는 바닥에 굽이 없고 평평하기 때문에 하이라이트에 밀착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교적 반응도 빠르다. 굽이 있는 뚝배기는 하이라이트에 사용은 가능하지만 높이 차이가 있는 만큼 반응도 늦고, 쿡탑에도 무리를 주기 때문에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고 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하리오 전골 뚝배기의 매력은 봉긋 쏟아 있는 돔 스타일의 유리 뚜껑에 있다. 뚜껑 때문에 냄비에 재료를 가득 담아서 조리할 수 있고, 스팀홀에서 연기를 빼주기 때문에 끓어 넘치는 일이 한 번도 없었다. 유리 재질은 매우 도톰하고 깨끗해서 조마조마한 마음이 없고, 어느 정도 끓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도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뚝배기 재질이기 때문에 불을 끄고 나서도 한참을 보글보글 거리는 맛이 있고, 식사가 끝날 때까지 후후 불어 먹어야 할 정도로 온기를 유지하는 것이 매력이다. 시간을 딱 맞추기 어려운 손님이 오는 날, 하리오 타진 나베로 미리 전골을 준비해 둔다면 따뜻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아이템이 될 것이다.
인덕션도 가능한 도자기 전골냄비, 킨토 카코미
킨토 역시 하리오와 같은 일본 브랜드이다. 아무래도 일본이 나베의 나라다 보니 다양한 전골냄비들이 출시되고 있는 것 같다. 킨토 카코미의 최대 장점은 인덕션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단점은 바닥이 잘 눌어붙어서 관리가 좀 번거롭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집 카코미는 손님 초대를 대비해 3~4인용으로 좀 큰 사이즈를 구입했기 때문에 진짜 진짜 가끔씩만 사용하게 된다.
요 녀석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따로 포스팅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얼마나 눌어붙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이전 게시물을 참고해 보길 바란다.
킨토와 하리오 냄비 모두 비슷한 뚝배기 재질로 보이긴 하는데, 하리오 냄비는 눌어붙는 문제로 신경을 써 본일이 잘 없다. 그저 평범한 냄비 수준인데, 유독 킨토 냄비만 쉽게 눌어붙어서 꽤나 번거롭다. 코팅이 다른 건지, 화이트라는 색상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저 사용자로서 느낀 점은 하리오 타진 나배가 좀 더 실용적인 느낌이다.
이렇게 나에게는 3가지 전골냄비가 있지만,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건 사실 하나도 없다 ㅋㅋㅋㅋ 결국 단점으로 느껴지는 부분은 꼭 하나씩 있기 때문에 그저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돌려쓴달까? 하지만 셋 다 모두 엄청 정이 가고, 독보적으로 뛰어난 장점들이 있기 때문에 그거 보면서 살림을 즐길 수 있다. 쌀쌀해지는 이 계절, 전골냄비 삼 형제가 우리 집 식탁 온기를 가득 채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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