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어디에나 흔한 중국집이지만, 바다 앞에서 먹는 짜장면이란~ 그것도 '우리나라 최북단 중화요리 전문점'이라는 멋진 타이틀을 가진 곳에서 먹는 중국요리는 좀 특별한 느낌이 있지 않을까 싶다. 강원도 고성 여행을 하면서 최북단 항구라고 하는 대진항 근처로 가면 '동해반점'이라는 낡은 식당을 만날 수 있다. 고성에서는 같은 이름을 가진 식당이 여러 개 있는 나름 지역의 유명 프랜차이즈 중국집인데, 최북단 매장으로 가려면 '강원 고성군 현내면 한나루로 52'로 찾아가야 한다.
강원도 고성 지역민의 사랑방, 로컬 맛집
평일 점심에 방문했더니 동해반점은 확실히 로컬 맛집인 걸 느낄 수 있었다. 관광객으로 짐작되는 팀도 한두 테이블 정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지역주민들이나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점심시간답게 좌석을 꽉 채우고 있었다. 중식당답게 회전율도 빨랐고, 분주한 식당 종업원들과 오가는 사람들을 보니 확실히 내가 이방인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약간 마음이 들뜬다.
첫 인상은 상당한 개방감이었는데, 화창한 날씨에 시원한 오션뷰를 보면 마치 좋은 횟집에 있는 느낌스? 관광 왔지만, 지역에 그대로 스며들면서도 일상과는 다른 이런 경험을 해볼 수 있어서 한 끼 식사 시간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장소였다. 야외 좌석이 워낙 단체석으로 보여서 두 명뿐인 우리 일행은 감히 넘볼 순 없었고, 실내에 자리를 잡았지만 답답하지 않고 충분히 개방감이 느껴서 만족이다.
중화요리의 클래식, 짜장면과 탕수육
원래 동해반점 하면 가장 유명한 메뉴가 중화비빔밥이다. 고성에 많은 군인들을 위해 개발된 메뉴라고 하는데, 고성 간성에 있는 동해반점에서 이미 한번 먹어본 적이 있다. 확실히 특별하고 맛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해반점 메뉴는 탕수육이다. 일반 탕수육보다 조금 더 바삭하게 튀겨진 맛이랄까? 암튼 매우 고소하고 고기맛도 잘 나는 그런 탕수육이라 먹고 나면 생각하는 맛이다. 그래서 탕수육을 하나 주문하고, 그날 기분에 따라 짜장면 하나를 추가로 주문해 보았다.
세트 메뉴들도 있다. '탕수육+짜장면 2' 이런 식으로 둘이서 시켜 먹기 좋은 메뉴들이 몇 가지 있음에도 나는 단품으로 탕수육과 짜장면 하나를 주문했는데, 심지어 세트 메뉴보다 가격이 더 비싸다. ㅋㅋㅋ 알면서도 그렇게 한 이유는 탕수육을 많이 먹고 싶어서였다 ㅋㅋㅋ 그만큼 난 동해반점 탕수육이 제일 좋다. 요렇게 단품으로 주문했더니 서비스 군만두가 나왔다. 이 역시 얼마나 정감 있던지~ 어릴 때는 탕수육 하면 무조건 군만두 서비스가 딸려왔는데, 요즘 도시에서 어디 이런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는가. 시골의 정을 담뿍 담은 군만두, 감사합니다!
역시 탕수육은 먹어본 맛 그대로 고소하고 맛있었다. 바삭하고 베어 물면 고소하고, 고기도 꽉 차서 씹는 맛이 좋다. 간장에 찍어 먹어도 맛있고, 소스에 버무려 먹어도 맛있는 탕수육! 짜장면에서도 고기가 인상적이었다. 잘게 다져진 고기는 별로여서 유니짜장을 제일 싫어하는데, 고기가 큼직큼직한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 그런데 소스 맛이 너무 묽은 느낌이어서 짜장면은 내 입맛에는 맛있지 않았다. 난 간짜장을 선호하는 입맛이어서 진한 춘장맛을 좋아하는데, 이 집 짜장면은 평균보다 좀 더 묽은 느낌이랄까? 비추다.
일행은 짜장면도 맛있다고 했지만 난 아닌 걸로~ 평소 자극적인 맛보다 심심한 걸 지향하는 분들이라면 좋아할 수 있겠는데.. 아마 여기 마을 어르신들이 많아서 이렇게 만드는 걸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결론은 동해반점은 역시 탕수육과 중화비빔밥이 추천 메뉴가 될 것 같다. 특히, 중화비빔밥은 안 먹어본 사람은 꼭 한번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점심에만 이용 가능한 동해반점
강원도 고성에 와서 가장 당황한 점이 있다면, 저녁 장사를 하는 식당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인근에 있는 속초만 해도 안 그런데 고성은 거의 6시 이후에도 문을 연 식당을 고르는 게 쉽지 않았다. 여행 계획 짤 때 고성 맛집을 방문하려면 점심으로 정해야 하고, 평일에는 휴일도 확인하고 나서야 한다. 이거 모르고 헛걸음한 적이 진짜 한두 번이 아니다. ㅋ
하긴 생각해 보면 점심에 와야 주변 풍경을 즐기기가 더 좋을 것이다. 점심때 반짝 장사하고 접는 식당이라는 걸 알고 방문하길 바란다. 점심시간에 와글와글 거렸던 주민들과 군인 분들이 우르르 빠지자 식당 내부가 한산해져 겨우 사진 한 장 찍을 수 있었다. 남은 음식은 따로 포장을 해주진 않지만 셀프로 위생봉투에 담아 갈 순 있어서 남은 탕수육 튀김 정도는 가져갈 수 있을 듯하다.
생각지 못한 군만두 서비스까지 받아서 혹시 다 못 먹으려나 잠시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ㅋ 맛있게 잘 먹고 주변 바닷가 산책까지 하고 나니 소화도 더 잘되는 것 같고 좋았다. 사람 북적한 바닷가 말고 한산하면서 그 지역의 로컬 분위기에 흠뻑 취해보고 싶다면, 최북단 중화요리 전문점인 동해반점을 한번 방문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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