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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임 좋은 살림

감성 도자기 그릇 화소반이 우리 집 수납장에만 있는 이유

by 김소보로 2023. 11. 21.

한동안 핸드메이드 도자기 그릇에 엄청 꽂혀 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알게 된 브랜드가 화소반이다. 이천과 여주 일대의 여러 도자기 작가들의 그릇을 구경하던 그 시절, 내 눈에 화소반은 아주 독보적인 느낌을 가진 감성 도자기 그릇이었다. 색상하며 질감 하며 독특한 디자인 등. 그렇게 홀린 듯이 화소반을 모으기 시작해 한동안 아주 잘 쓰는 그릇이었는데, 세월이 흘러 지금은 우리 집에서 가장 손이 닿지 않는 수납장에 화소반 그릇이 그냥 방치되고 있다. 이번에 이사를 준비하면서 새로 그릇을 꺼내보게 되었는데, 생각해 보니 4년 동안 한 번도 쓰지 않고 이사 온 그대로 다시 이사를 가게 된 셈. 아마 새로운 집에 가서도 가장 구석에 보관만 하고 있을 것 같은데... 어쩌다 내 사랑 화소반은 이런 신세가 되었나?
 

도자기그릇
4년 동안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도자기 그릇 화소반

 

아무리 도자기지만 너무 잘 깨지는 화소반 

도자기는 다 깨진다. 하지만 화소반은 내가 사용해본 도자기 그릇 중에 제일 이가 잘 나가는 그릇이었다. 이미 애정이 그득하기 때문에 조심조심 사용하고 있는데도 어느 날 보면 나도 모르게 이가 나간 그릇을 볼 수 있어 너무 슬프다. 어디 떨어져서 와장창 깨지면 미련 없이 버리련만, 버리기도 아깝게 티도 잘 안 나게 이가 나간 그릇들을 보면 마음이 애린다. 

화소반그릇
이가 잘 나가는 도자기 그릇 화소반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신세계 백화점에서 사온 원형 접시 하나가 구매 한 지 일주일도 안되서 이가 턱 하니 나간 일이 있었다. 아무 충격도 사건사고도 없었는데 그냥 나갔다. 구매한 지 얼마 안돼서 혹시 교환이라도 되려나 문의를 해봤는데, 이가 나간 부분을 갈아줄 수 있다는 허망한 답변이 돌아왔다. TT  이 원형 접시 사건 이후 화소반에 대한 사랑이 급격히 식기 시작했다. 

화소반 원형접시
구입한 지 일주일 만에 아무 사건 없이 이가 나간 화소반 원형 플레이트 접시

 
아무 충격도 없는데 깨진다면 귀신이 곡할 노릇이고~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충격은 있었겠지만, 그저 '달그락달그락'하는 정도의 생활감으로 이렇게 쉽게 이가 나간다면 참으로 까다로운 그릇이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식기세척기 사용도 어렵고, 보관도 어려운 터라 관리가 까다로운 그릇이다. 처음에는 사랑으로 모든 단점을 감싸 줄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손이 안가는 아주 중요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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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흙이 바뀌면서 느꼈던 배신감

화소반은 어지간한 수입 그릇 브랜드와 막먹는 가격대라서 여러 번 나눠서 구입했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조금 사보고 다음에 또 필요한 그릇을 추가하는 식으로 모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화소반이 세일을 한번 크게 하더니 이후에 흙과 디자인을 모두 바꿔버리는 일이 생겼다. 흙을 바꿔서 색상이 다르고, 두께도 확연히 달라져서 이전에 애지중지 모으던 그릇들이 한순간에 구식이 되어버린 상황 TT  큰 배신감이 느껴졌다. 세일할 때 미리 공지라도 했으면 세일 품목은 구입을 안했을 텐데~

화소반사각접시
왼쪽은 새로 바뀐 흙, 오른쪽은 예전 흙으로 만들어 단종된 그릇
화소반 도자기 그릇
예전 화소반 그릇이 더 밝고 무겁고 두껍다

 
사실, 흙이 바뀌면서 좀 더 빈티지한 감성이 짙어 지고 무게도 가벼워져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만약 지금 구입을 한다면 흙이 바뀐 지금 버전을 살 것 같다. 하지만 너무 일찍 화소반을 알아버린 죄로 구식 제품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기분이 나쁠 뿐이다. 이미 구식 제품이 수납장에 가득한데, 새로운 제품을 또 사기는 억울한 생각이 들어서 점점 적극적으로 구입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 화소반 구매를 생각하고 있는 분이라면 이 부분은 생각할 필요도 없는 요소이고, 그저 나만의 개인적인 화소반이 싫어진 이유가 될 것이다. 

화소반 밥공기
색과 질감이 작품같은 화소반 밥공기

 

유명 연예인 마케팅에 대한 소외감

화소반은 연예인들이 참 많이 사용하는 도자기 그릇이다. 내가 본 것만 해도 황신혜, 이영자, 이영애, 옥주부, 박나래 등등이 있고, 남자 배우인 류승룡 씨도 화소반의 팬이어서 참 인상 깊었다. 화소반을 너무 좋아해서 화소반 인스타그램 등을 팔로우했었는데, 늘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아님, 마카롱 여사 등의 인플루언서들 말이다.  

화소반 면기
연예인들이 사랑한 화소반 그릇

 
처음에는 그런 것에 약간 호기심이 생기다가도 너무 많은 연예인들을 홍보하다보니 지쳐가기 시작했고, 점점 브랜드의 매력이 반감되기 시작했다. 수년 전 도자기 그릇에 대한 열정으로 찾아낸 보석 같은 브랜드였는데, 지금은 그저 연예인 광고로 알려지는 브랜드 같은 느낌? 작가님이자 사장님이신 분도 왠지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과의 소통에만 집중하는 그 느낌? 그 느낌이 브랜드에 호감을 상당히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화소반 그릇
쓰지 않아도 버릴 수 없는 내 그릇, 화소반

 
이런 저런 이유로 더 이상 구입도 사용도 하지 않는 화소반이지만, 중고로 판매하거나 버리기도 아까운 그릇이다. 이거 하나하나 살 때마다 고민하고 고르고 애정이 듬뿍 쏟았던 나의 시간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실 몇 가지 구형 그릇들은 지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지만 더 이상 정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오죽하면 이나간 그릇도 끌어안고 있겠나? ㅋㅋㅋ 새로 이사가는 집에서도 아마 화소반은 가장 구석진 수납장에 보관만 할 것 같지만, 짐 정리하며 다시 꺼내보니 새삼 그렇게 이쁠 수가 없고, 기분이 좋아진다. ㅋ 언젠가는 마음이 나서 화소반 그릇을 모두 꺼내 한상 근사하게 차려볼 날도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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