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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임 좋은 살림

선풍기 살 때 됐는데, 발뮤다 그린팬이 그렇게 좋다면서?

by 김소보로 2023. 5. 31.

지난 여름, 우리집에 놀러온 친정 엄마에게 선풍기를 빼앗겼다. 엄마는 선풍기 바람이 그렇게 눈이 시리고 피부가 따갑고 어쩌고저쩌고 불만이 많았는데.. 우리 집 선풍기의 살랑살랑~ 불어대는 바람을 보고 마음을 뺏겨 버렸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기분 좋게 선풍기를 드린 후, 똑같은 선풍기를 살까 하다가... 문득! "그렇게 발뮤다~발뮤다~ 하는데, 얼마나 좋은지 한번 써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엄마가 가져간 선풍기는 몇 년 전 이마트에서 급하게 고른 10만원 짜리였고 그것도 충분히 좋았는데, 무슨 선풍기가 얼마나 더 좋길래 50만 원이나 하는 건지? 궁금한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평소에 좋다고 하면 이유는 꼭 있는 법이라는 지론이 있었던 터라 발뮤다 그린팬 S라는 선풍기를 구매하게 되었다. 
 

택배박스
깔끔하게 배송된 발뮤다 그린팬

 

나사가 없는 선풍기 

선풍기는 본격적인 여름 이전인 지금 딱 꺼내 쓰기 좋은 살림이다. 딱히 너무 덥다기 보다는 조금 후덥 답답한 느낌일 때 살랑살랑 틀어주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기도 한다. 발뮤다 그린팬은 온라인 공식 스토어에서 대략 45만 원쯤에 팔고 있었는데, 안전하게 공식몰에서 구매할까 하다가 할인을 좀 더 해주는 신세계 온라인 쇼핑몰에서 42만 원에 구입하게 되었다. 이전 선풍기를 4대나 살 수 있는 이 가격! 이거 만족시키려면 엄청 좋아야 할 것 같은데? 쓰기 전부터 기대감이 만땅이었다.  

발뮤다 그린팬 조립
드라이버 없이 맨손으로 조립가능한 발뮤다 선풍기

온라인에서 배송을 받으면, 내가 스스로 조립을 해야 하는 형태인데 크게 번거롭지 않다. 선풍기는 계절 가전이니까 청소나 보관 등에 따라 일부 다시 분리하고 재조립을 해야 할때가 있는데, 처음부터 조립을 한번 쫙해보면 구조를 이해할 수 있으니까 더 좋았다. 그리고 정말 놀라운 점은 조립에 드라이버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나사가 없으니 드라이버도 필요 없다. 손으로 그냥 촥촥 조립하고 끼우는 형태라서 은근히 너무 편하고, 손으로만 조립이 된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놀라웠다. 선풍기 청소할 때 나사 빼고 조이는 게 은근히 귀찮고 일인데, 그걸 안 하게 해 주니 벌써 잘 산거 같다.  

발뮤다 선풍기 사용설명서
택배 박스를 열면 사용설명서 부터 확인!

키 큰 선풍기가 3 계절 내내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것도 늘 못마땅했는데, 바닥과 머리 사이에 봉을 빼주기만 하면 상자 같은데 넣어서 보관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주 마음에 든다. 그러면 선풍기 커버도 필요 없이 먼지가 쌓일 일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매년 귀찮아하던 일을 덜어주니 벌써 이놈, 기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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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형으로는 좀 작은 헤드 사이즈

발뮤다 선풍기는 예쁜 디자인으로 유명한 아이다. 발뮤다 출시 이후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에 나온 선풍기니 에어서큘레이터니 하는 기기들이 너도나도 발뮤다를 따라하고 있다. 우리나라 선풍기 디자인을 업그레이드시킨 장본인일 것이다. 너무 예쁘긴 한데, 거실에 두니 왠지 사이즈가 어울리지 않았다. 선풍기 헤드가 탁상용 선풍기마냥 작은 편이어서 넓은 거실에 두자니 너무 존재감도 없고 뭔가.. 주변 가구들과 어울리지 않는 느낌? 그리고 바람도 옆으로 넓게 퍼지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소파 바로 옆에 두거나 방에 두는 게 더 어울리는 선풍기다. 현재까지 가장 크고 치명적인 단점으로 느껴진다. 

발뮤다 선풍기
거실형으로는 좀 작은 발뮤다 그린팬S

내가 산 선풍기는 발뮤다 그린팬S 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S면 스몰(Small)인가?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한국에는 이것밖에 없는 것 같은데, 혹시라도 라지 사이즈의 그린팬도 존재하는지 궁금해졌다. 아무튼 현재는 그게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린팬은 방에다 두고, 다시 엄마가 가져간 선풍기를 살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발뮤다 그린팬 사이즈
탁상용 소형 선풍기와 비슷한 헤드 사이즈

살랑살랑하는 바람

바람은 듣던바와 같이 아주 살랑살랑이다. 가볍게 손으로 부채질을 하는 것 마냥 아주 약하게 살랑이는 바람이 1단계이고, 3단계까지 높여도 기분 좋은 바람이 불고 소음도 나지 않는다. 지금은 한여름이 아니니까 거실 소파에서 3단계로 가끔 틀고 있는데, 4단계까지 높일 수는 있어도 높아지면 소음도 발생해서 얼마나 시원한 바람을 즐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나 나처럼 센 바람이 아니라 자극 없는 살랑바람을 얻고 싶은 분이라면 아주 딱인 선택이 될 것 같다. 엄마가 아직 발뮤다를 못 봐서 그렇지 아마 이걸 봤으면 탐을 냈을 것 같다. (다행인가? ㅋㅋㅋ) 

발뮤다 선풍기
4단계까지 바람 조절이 가능

아무튼 다른 선풍기와의 결정적 차이점이 바로 이 살랑 바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살랑을 아주 살랑살랑, 살랑살랑, 살랑 => 요렇게 3단계까지 조절이 가능하다. 4단계는 강풍이라 살랑거리진 않는다. 그래서 갓난쟁이 아이가 있거나 선풍기 바람을 오래 쐬는 걸 싫어하는 분이나 수면용으로 사용할 분들이 발뮤다 그린팬을 사용하면 아주 만족도가 높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한 여름에 거실 선풍기로 기량이 딸린다면 안방에 수면용으로 넣어버릴 심산이다. 밤새 틀어도 입 돌아가거나 얼어 죽을 것 같지 않다. 
 

볼수록 쩌는 디테일 

발뮤다 그린팬에게 놀란 점은 구석구석 세심한 디테일 때문이다. 튀어나온 버튼이 없는 것도 좋고, 조작 버튼이 헤드뒤쪽에 있는 것도 세심하다. 일반적으로 조작 버튼은 선풍기 바닥면에 있는데, 그러면 허리를 확 숙여야 되지만, 헤드 쪽에 있으니 오며 가며 허리 숙이지 않고 선풍기를 조작할 수 있다. 물론, 리모컨도 있다.
 
그리고 회전 각도 조절을 기억하는 기능이 있다. 오늘 내가 원하는 방향에 선풍기를 맞춰놓고 썼다가 끄고 다음날 다시 켜면 선풍기가 마지막 그 장소로 머리를 자동으로 돌려준다. 어찌나 감동스럽던지 ㅋㅋㅋㅋ 소파에 앉는 자리가 뻔한데, 늘 그 자리에 맞춰서 켜주니 이리 사랑스럴수가 없다. 선풍기를 끄면 머리가 정중앙으로 다시 맞춰지는데, 이 점도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집안 분위기를 깔끔하게 유지해 주는데 도움이 된다. 꺼진 선풍기 머리가 한쪽으로 휙 꺾여져서 계속 서 있으면 괜히 보기 싫으니까. 

발뮤다 그린팬
허리 숙이지 않고 조작할 수 있다

발뮤다의 디테일은 누군가에겐 큰 불편은 아닐 수도 있고 굳이 돈을 주고 받고 싶은 서비스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막상 기대 없이 경험하게 되니 마음이 흡족했다. 고급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뿌듯한 마음도 들면서 말이다. 물건의 값어치는 디테일에 있지 않나 싶다. 사용도 안하는 쓸모없는 기능을 마구 붙이라는 뜻은 아닌데, 요런 감성적인 부분을 잘 이해 못 하는 제조사들도 많은 것 같다. 발뮤다는 그 브랜드만의 감성과 분위기, 지향점이 확실한 브랜드인 것 같아 이번 구매를 계기로 더욱 호감이 간다. 
 

무선이 가능한 옵션 

발뮤다 선풍기의 또 하나의 특장점은 무선 사용이 가능하다는 거다. 대신 무선 충전기기를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데 난 아직 구매하지 않았다. 왜냐면 처음 써보는데 선풍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선 충전기까지 구매한 돈이 너무 아까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옵션 기능이 있는 건 장점이라 올여름 내내 그린팬을 아주 요긴하게 잘 사용하게 된다면 언제든지 무선 충전기기를 추가 구입해서 활용을 넓혀갈 수 있을 것이다. 

발뮤다 그린팬
유선형 발뮤다 그린팬

발뮤다는 일본 브랜드라서 한국와 전압이 맞지 않는다. 발뮤다 코리아 공식몰에서 구입하면 뭐 전압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혹시라도 구매대행 등으로 해외 배송을 하면 이 점을 확인해야 할 것 같다. 암튼, 전압 문제 때문인지 콘센트 부분이 두툼하니 좀 못생겼다. 전기선도 까매서 너무 눈에 띄고 말이다. 아무래도 발뮤다의 완벽한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완성하려면 무선으로 사용하는 걸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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