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김장 축제에 참여하면서 인근에 식당을 찾게 되었는데, 마침 평창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 있었다. 럭키! 평창 진부면 전통 시장 근처에 위치한 고바우 식당이라는 곳인데, 강원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막국수와 떡국, 떡만둣국을 하는 곳이다. 간단하게 먹기 좋고 맛있다고 하니 부담 없이 시도해 보았는데, 앗! 이거슨, 평범한 막국수가 아니오~ 평범한 만두도 아닌 것이다. '역시,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은 다~ 이유가 있구나'를 다시 한번 깨달았던 평창 고바우 식당이다.
메밀면이 아니다, 밀면이다
강원도하면 막국수요, 평창 봉평 하면 또 메밀이라 처음에는 당연히 메밀 막국수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집은 메밀면을 쓰지 않고 밀가루로 만든 밀면을 물막국수, 비빔 막국수 두 가지 조리법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면이 밀이면 그냥 밀면이라고 하면 될 텐데 왜 막국수일까?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는 없었다는 ㅋ
사실, 밀면은 부산이나 김해 같은 남쪽 지방에서 유명한 음식이라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했더랬다. 고바우 식당 밀면 막국수는 좀 더 토속적이고 전통적인 느낌이 들긴 한다. 남쪽의 밀면은 좀 더 매끈하고 세련된 대기업 맛이라면 이곳 밀면은 면의 질감도 조금 어색하고 국물 맛도 홈메이드 느낌이 강한데, 첫 입에 눈이 확 뜨이기보다는 먹을수록 계속 당기는 맛이 있었다.
메밀 면보다는 확실히 면발이 쫄깃해서 좋았고, 국물은 약간 달달하면서 새콤 달콤해서 끊임없이 마시게 되는데.. 어떤 이들에게는 좀 달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맛이다.
국물 맛이 시원 달콤해서 어떤 육수냐고 물었는데, 동치미 육수였다. 테이블에는 다데기 양념장도 정갈하게 준비되어 있어서 그냥 좀 먹다가 양념장도 섞어볼 생각을 했는데, 국물이 너무 맛있어서 그만 끝까지 그대로 다 들이키고 말았다. 뭔가 더 섞지 않아도 충분히 당기는 맛인데, 국물이 달다고 느낀다면 식초나 양념장을 약간 섞어 보아도 분명히 맛있을 것이다.
김치 만두가 이렇게 맛있다고?
막국수와 함께 주문한 떡 만둣국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은 바로, 이렇게 맛있는 김치 만두를 따로 팔지 않는 아쉬움! 아쉽다, 너무너무 아쉽다! 만두가 너무 맛있어서 따로 메뉴가 있어도 좋을 텐데 찐만두도 없고, 만둣국도 없고, 오직 떡만둣국에서만 이 집 만두를 맛볼 수 있는 게 너무 아쉽다. 그만큼 떡만둣국에 들어간 김치 만두가 계속 생각난다.
난 사실 김치 만두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 이유는 김치 양념이 모든 맛을 지배하고 별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바우 식당 김치 만두는 빨간 양념이 강하지 않고 김치가 아삭한 채소처럼 고기와 적절히 배합되어서 맛이 매우 조화롭고 씹는 질감도 아주 훌륭하다. 만두피도 적당한 식감이 있어서 좋았는데.. 이렇게 맛있는 만두, 실컷 먹게 해 줄 순 없었는지?
고바우 식당 김치 만두는 모두 수제로 만들어지는데, 아마도 많이 만드는 게 어려워서 떡만둣국으로만 메뉴를 한정하신 게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해본다. 만두에 비해 떡국은 약간 아쉬웠는데, 개인적으로 쫄깃한 떡국떡을 더 선호하는데 이 집 떡국은 좀 부드러운 편이었다. 식당 주면에 방앗간이 아주 많은 걸로 봐서는 말리지 않은 생가래떡을 쓰시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부드러운 떡은 그냥 먹으면 좀 심심한데, 김치랑 먹으니 캬~ 또 맛이 기가 막힌다.
밑반찬으로 제공되는 김치는 랩으로 감싸 놓은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보통 시골 식당들이 손맛은 좋아도 위생은 좀 별로라는 인식이 일반적인데, 미리 썰어 놓은 김치에 먼지가 앉을까 신경 쓰신 모습이 보통이 아니다. 국수 먹을 때는 김치도 필요 없었고, 심심한 가래떡이랑 같이 먹었더니 김치가 완전 신의 한 수! 아마 고바우 식당은 김치 맛집이 아닐까? 그래서 김치만두도 기가 막히고 말이다.
음식만큼 식당 내부도 정갈하게 관리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마도 식당 사장님의 마인드가 음식에도 공간에도 반영되는 거겠지~ 제발 건강하셔서 김치 만두를 더 많이 제조하시면 참 좋겠다. 아니면 인복 충만하셔서 훌륭한 분들과 김치 만두를 함께 제조하시면 어떨까? 시원한 물 밀면과 찐 김치만두를 함께 먹고 싶은 내 욕망에 잠시 오지랖을 부려본다.
이번엔 간단한 점심으로 들러본 식당이지만, 다음엔 고바우 식당을 방문하기 위해 평창을 오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첫맛에 강렬함은 없어도 먹을수록 흐뭇해지는 맛, 조용한 강원도 평창 풍경과 너무 잘 어울리는 힐링의 맛이었다.
'즐거운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성 오션뷰 카페 해쉼터, 고요한 바닷가에서의 휴식 (18) | 2024.11.25 |
---|---|
양양 맛집 낙산 귀신고래, 고래 고기는 없어요 (7) | 2024.11.16 |
평창 고랭지 김장 축제로 우리 집 김치 해결 (3) | 2024.11.11 |
고성 맛집 잿놀이 식당, 모든 메뉴 먹어 본 후기 (3) | 2024.11.09 |
우리나라 최북단 고성 대진항 수산시장에서 만난 무늬 오징어 (3) | 2024.11.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