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놀이는 고성 맛집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한정식 식당이다. 속초에서도 가깝고 파인리조트 가는 길목에 있어서 아마 골프장 온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게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본다. 식당이 넓고 뭔가 기품이 있어서 어른들과 함께 하기도 좋은데, 주차장이 좀 정비가 덜되어 있고 별도의 룸이 없는 게 조금 단점이랄까? 메뉴는 잿놀이 밥상, 시래기 밥상, 한방 문어닭으로 딱 3가지 뿐이다. 난 3번 이상 잿놀이를 방문해서 모든 메뉴를 다 먹어 보았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가장 기본이 잿놀이 밥상만 먹는다면 이곳의 진가를 다 느끼지 못한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메뉴에도 다양한 나물 정찬이 기본
3가지 메뉴 중 어떤 걸 주문해도 기본으로 세팅되는 반찬은 똑같다. 일단 평소에 접해보기 어려운 갖가지 나물 반찬들이 '너, 강원도 왔어!'라는 기분이 팍! 느끼게 해 주고, 아무래도 풀만 있으면 섭섭한데 동해안에서 가장 흔하면서 신선하고 맛도 좋은 가자미 구이가 나왔다. 그리고 불고기가 나오면서 육류, 생선류, 채소, 해조류가 모두 골고루 차려진 훌륭한 밥상이 꾸려졌다.
구성도 훌륭한데 맛도 좋다. 평범해 보이는 무생채며, 아무 내색 없이 그냥 있는 나물들 하나하나가 다 맛깔나서 사람에 따라 꽂히는 메뉴 하나쯤은 꼭 생기는 것 같더라. 난 볶음 김치에 꽂히고, 남편은 무생채에 꽂히고, 어머님은 인절미에 꽂히고.... 뭐 이런 식이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구운 가자미에 너무 꽂혀서 돈을 더 내고 추가 주문이 가능한지 물었는데, 메뉴판에는 없었지만 5,000원에 한 마리를 추가할 수 있었다. 간이 딱 좋고 질감도 딱 좋아서 진짜 밥 한 그릇 뚝딱이 었다. 비린내? 비린내가 뭐예요? ㅋㅋㅋ 고소 담백하고 간을 예술로 잡아준 가자미였다.
기본 반찬에는 인절미도 함께 세팅되는데, 직접 떡메로 쳐서 만드는 것으로 약간 자부심 있어하시는 듯했다. 평소 인절미를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니어서 평범한 느낌이었고 조금 부드럽달까? 난 그 정도였는데, 시어머님이 너무 좋아하신다. 음.. 어른들의 취향 저격인가? 아무튼 반찬 구성이 워낙 다채롭다 보니 한두 개 정도는 반드시 입에 딱 맞는 걸 만날 수 있을 거다. ㅋㅋ
시래기 밥상 추천
잿놀이를 제일 처음 방문했을 때 잿놀이 밥상과 시래기 밥상이 나눠진 걸 보았는데, 처음이니까 그냥 기본으로 먹어보자는 마음이었다. 물론 반찬도 훌륭하고 맛도 괜찮았지만... 뭔가, 이 정도면 특별한 건 아니지 않나? 하는 정도의 마음이 들어서 재방문은 하지 않을 뻔했더랬다. 가장 큰 이유가 메인 반찬으로 나오는 불고기인데, 내 입에는 글쎄~ 딱히 고기다! 하는 느낌이 들지 않고 그냥 고기 구색이다! 하는 느낌이랄까? 속초 고성에 맛집이 많다 보니 더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다른 가족들이 원해서 한번 더 방문하게 되었을 때 시래기 밥상을 주문했는데, 아 글쎄! 밥이 달라지면서 이렇게 만족도가 달라진단 말인가!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시래기 밥상은 시래기에 밥을 약간 볶아 주는 식으로 나오는데 이게 그냥 공깃밥과는 확연히 다른 맛이어서 전체적으로 만족도를 상당히 높여줬다. 잿놀이의 명성은 아마도 이 시래기 밥상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역시 한정식에서는 밥맛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나 부다.
공깃밥이랑 먹을 때는 약간 평범한 한정식 느낌이 나는데, 시래기 밥이랑 먹을 때는 똑같은 반찬인데도 특별한 한정식 느낌이 나는 건 왜일까? 시래기 밥상을 먹어보지 않았으면 잿놀이는 내 맛집 리스트에서 삭제될 뻔했다. 왜냐하면 조금 근처에 <장작보리밥>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좀 더 캐주얼한 식당이지만 다양한 채소 반찬과 가자미 구이, 제육볶음까지 나오는 꽤 괜찮은 가성비 한식집이기 때문이다. 그와 비교할 때 잿놀이 밥상의 특별한 점을 찾지 못했는데, 시래기 메뉴에서 완전 갈림! 잿놀이를 방문한다면 공깃밥에 만족하지 마시길~
4인 풀코스로 즐기는 한방문어닭
마지막 한방문어닭은 예약을 해야 먹을 수 있는 메뉴다. 한방 백숙에 고성에서 유명한 문어가 함께 삶아진 형태의 음식인데, 4인 기준의 식사로 생각하면 된다. 둘이서 먹으면 조금 과할 수 있다. 우린 성인 4명에 초등학생 2명이 함께 식사를 했는데 너무 충분했고, 밥이 따로 나오질 않아서 부족한 식사는 공깃밥을 추가로 주문하면 된다. 공통적으로 깊은 국물 맛에 모두 반했고, 고기를 거의 다 먹으면 죽을 따로 내어 주시는데 이게 참 별미다. 여럿이 모였을 때 이런 임팩트 있는 메뉴 하나 주문해 주면 뭔가 특별한 시간을 함께 보낸 것 같은 느낌도 얻을 수 있다.
잿놀이 내부가 제법 넓은 편이고, 테이블도 길어서 6인, 8인 정도의 많은 인원도 수용이 가능하다. 가족들이나 친구들끼리 여럿이 식사를 해야 한다면 잿놀이에서 한방 문어닭을 꼭 한 번 예약해 보길 바란다.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아니고 누구에게 대접해도 모양새나 맛에서나 추천할 수 있는 메뉴이기 때문. 한번 더 먹고 싶어도 인원이 안돼서 못 먹는달까?
밥을 다 먹고 주변을 둘러보면 뭔가 범상치 않은 안내문들이 많다. 경주김 씨 도정공 종부의 손맛이라는 사인물을 보게 되었는데, 어쩐지 뭔가 일반 한정식 집 느낌 이상으로 안동 종갓집 같은 느낌이 났더랬다. 그리고 독립운동가와도 인연이 있다고 하니 왠지 이 집에서 한 끼 먹은 것이 뭔가 장한 일을 한 것만 같다. 강원도 여행에서 기대하는 다양한 나물 반찬과 정갈한 종갓집 손맛을 느껴 보고 싶은 분들께 잿놀이 시래기 밥상 & 한방 문어닭을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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