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을 너무 좋아해서 근사한 그릇 수납장을 가지는 것이 위시 리스트인 적이 있었다. 정말 마음에 쏙 드는 것을 사고 싶어서 구매를 미뤄두고 있었는데, 그 사이 미니멀리즘에 꽂혀 버려서 살림이 많아지는 것이 싫어지게 된 거다. ㅋㅋㅋ 집에 가구가 늘어나는 것도 싫고, 예뻐서 샀지만 손이 잘 안 가고 안 쓰는 그릇들도 점점 부담스럽달까? 그래서 그릇을 조금씩 정리하고, 아파트 주방 싱크대의 수납장을 최대한 활용해 그릇을 예쁘게 수납하면서 사용하기도 편한 공간으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식기세척기 위치를 중심으로 그릇 수납
주방 싱크대를 내 나름대로 구획을 지어보자면, 식기세척기와 정수기가 있는 쪽을 물 존, 인덕션이 있는 쪽은 불 존, 수전과 싱크볼이 있는 쪽은 워싱 존으로 나뉜다. 우리 집은 가운데에 수전이 있고, 오른쪽이 물 존 & 왼쪽이 불 존이다. 풍수적으로도 물과 불의 기운은 좀 떨어지게 두는 것이 좋다고 한다. 예컨대, 불을 다루는 가스레인지나 전기레인지 바로 옆에 정수기를 두거나 차가운 냉장고 바로 옆에 뜨거운 오븐을 배치하는 건 풍수적으로 기운이 상승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릇을 수납할 때 식기세척기 주변을 활용하면, 건조된 그릇을 한 자리에서 바로바로 정리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이거 진짜 은근 편하다. 주방 인테리어나 수납을 할 때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건 바로, 작업 동선이기 때문이다.
사용 빈도에 따른 위치 선정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그릇들은 상부장 맨 아랫칸이 가장 좋고, 그다음은 상부장 중간 칸일 것이다. 혹시 맨 아랫칸에 물건들이 높이가 낮으면 칸막이 높이를 조절해 중간 칸을 한 칸만 낮춰줘도 손 닿는 게 훨씬 수월해진다.
문제는 상부장의 가장 위칸인데, 당연히 가장 잘 안 쓰는 그릇들을 수납하면 된다. 다만, 그냥 쑤셔넣듯이 그릇을 밀어 넣기보다는 '그릇 매장'이라는 마음으로 전시하듯이 오브제처럼 예쁜 느낌이 나게 넣어주면 훨씬 기부니가 좋아진다.
하부장은 서랍형이 제일 좋지만, 아쉽게도 우리 집은 선반형이다. 만약 주방 싱크대를 내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때가 온다면 난 무조건 하부장은 서랍으로 가득 채울 생각이다. 집안일에서 제일 힘든 게 허리를 굽혀야 하는 일이니까.
선반형 하부장은 도어 쪽이 상석이다. 사용 빈도가 낮은 그릇은 선반 안쪽으로 밀어넣고, 자주 쓰는 그릇은 도어 쪽에 두는데 잘하면 허리를 약간만 숙여도 그릇을 잘 꺼낼 수 있다. 그리고 플라스틱 바구니를 활용하면 서랍 비스무리한 역할을 해준다. 무거운 도자기 그릇들도 바구니에 넣어두면 이동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같은 그릇은 포개고, 다른 그릇은 자리 구분
나만의 취향일수도 있겠지만, 같은 사이즈의 그릇이 착착착 포개진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정리된 느낌도 훨씬 강하지만, 수납할 때도 사용할 때도 너무 편하다. 그릇 모양이 제각각이면 수납할 때 부피를 훨씬 많이 차지한다. 특히, 손님용 그릇을 따로 둘 필요도 없이 자주 쓰는 그릇을 좀 넉넉한 숫자로 쟁여 놓으면 평소에는 두세 개씩 쓰다가 인원이 많아지면 그냥 한 번에 다 꺼내 쓰면 되는데, 이거 생활하다 보면 진짜 완전 편한 포인트다!
기분에 따라 하나씩 구입해서 제각각인 접시들은 포개어 수납하지 않고 접시꽂이를 이용해 각자의 자리를 두었다. 매일 똑같은 접시만 사용하면 기분이 안 나니까 메뉴에 따라 그날 기분에 따라 접시를 고를 수 있다.
그릇 수납에 많이 사용하는 접시 꽂이를 구입할 때 어떤 제품을 살지 많이 고민하고 비교해 보았는데, 일단 재질이 우드나 플라스틱이어야 그릇에 기스가 안난다. 스텐은 뭔가 드나들때 부딪히는 느낌이 쎄해서 별로인 것 같다. 사이즈도 중요한데, 접시가 제각각이니 하나의 꽂이가 모든 것에 맞을 수는 없었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간격을 조절할 수 있는 '리빙숲의 폭 조절 접시 꽂이'인데, 이거 발견하고 눈이 번쩍, '바로 이거야!' 도톰한 그릇이나 파스타 볼 같은 것도 같이 꽂을 수 있는 제품이라 대만족이다. 다만, 길이가 짧은 게 없어서 좁은 수납장에는 들어가지 않으니 항상 사이즈 체크 필수!
그릇 수납은 한번에 완성되기보다는 살면서 불편한 점을 기억해 두었다가 두세 번은 위치를 바꾸다 보면 훨씬 흡족한 상태가 된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일이 수고로움이지만, 그릇을 좋아하는 나에겐 이런 일이 가끔 재미로도 느껴진다. 그릇 옮길 때는 땀이 뻘뻘 나기도 하지만, 흡족하게 정리된 그릇을 보면 이내 마음이 흐뭇하고 쓸 때 마다 수월해진 동선을 느껴보면 뿌듯하기까지 하다. ㅋㅋㅋㅋ 잔잔바리로 뿌듯한 느낌을 자주 느끼고 싶다면 싱크대 상하부장 정리부터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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