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인테리어 할 때 대형 식물을 포인트로 활용하는 걸 매우 좋아하는데, 식물 키우기는 노하우가 없다 보니 그동안 참 많은 아이들이 우리 집을 거쳐갔더랬다. 진짜 진짜 초짜도 키우기 쉽다는 선인장 종류인 스투키도 우리 집에서는 몇 년을 넘기지 못하고 돌아가실 정도. 여러 식물을 지나 지금은 여인초가 우리 집 거실 인테리어를 담당하고 있는데, 얘도 거의 임종을 앞두는 모습이 보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최근 여인초가 다시 회춘하는 느낌이 든다. 죽어가던 우리집 여인초를 되살려준 건 바로 달걀 껍데기이었다.
여인초에게 영양이 부족하면 일어나는 일
여인초는 커다란 잎이 참 매력적인 아이다. 비교적 관리도 쉽고 새 잎이 잘 나는 편이라서 키우는 재미도 있다. 다만, 잎이 우후 죽순으로 자라고 잎이 스스로 찢어지기도 해서 먼저 난 잎을 좀 잘라주어야만 지저분하지 않게 키울 수 있다. 화분에서만 크다 보니 1년 정도 지나면 흙의 영양분도 다 없어졌을 것 같아 새흙으로 분갈이도 해주고, 좋다는 고급 영양제들도 사서 애지중지 키웠는데도 이놈은 자꾸 힘없이 아래로만 축축 처지는 모습을 보이는 거다.
식물이 시들시들하면 물이 부족한가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너무 신경써서 물을 자주 주면 과습으로 식물을 죽이는 일이 더 많기 때문에 오히려 주의해야 한다. 화분 속 흙이 마르지 않았다면 물 부족은 아니다.
뭘 해줘도 반응 없이 거의 바닥을 칠 정도로 처진 잎이 거실 분위기까지 처지게 만들길래, 일단 다이소에 가서 원형 지지대를 세워 억지로 줄기들을 세워 두었더니 일단 최악은 면한 것 같다. 그러다가 마침 새순이 올라오길래 어떻게 하면 새잎은 처지지 않고 잘 키워볼까 고민을 했는데.. 그때 떠오른 방법이 어릴 적 식물 잘 키우는 금손 엄마들이 달걀 껍데기를 비료로 주던 일이 떠올랐다.
식물 금손 엄마들의 비결, 달걀 껍데기
어릴 때 집집마다 창가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항상 있었는데 항상 푸릇푸릇하고 때 되면 꽃을 피우고 정말 싱그러웠던 게 생각난다. 엄마들은 어떻게 그렇데 다들 훌륭한 가드너였을까? 난 왜 안될까? 똑같이 거실 창가에 두고 물도 꼬박꼬박 잘 주는데 말이다. 엄마들은 하고 내가 안하는 걸 생각해 봤더니 달걀 껍데기를 비료로 활용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우리집 여인초가 말기 환자인 것 같아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달걀 껍데기를 비료로 줘봤는데, 이글쎄! 이게 바로 반응이 있었다.
그전에는 새 잎이 나더라도 아주 힘없는 연둣빛으로 경계가 뚜렷한 그러데이션 이파리가 나와서 딱 봐도 좀 병약해 보였는데, 달걀 껍데기를 주고 얼마 되지 않아 그러데이션이 경계선이 좀 부드러워지면서 뭔가 좀 더 건강한 느낌이 들었다.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고 시간이 더 지나자 전체가 초록으로 바뀌면서 튼튼하고 정상적인 이파리로 변신하는 느낌? 기존과는 확실히 달라진 이 변화를 보자 쾌감이 느껴지고, 달걀 껍데기를 더 주고 싶은 마음을 뿜뿜 쏟아올랐다.
달걀 껍데기를 여인초 영양제로 활용하는 법
삶은 달걀을 즐겨 먹기 때문에 그 껍질을 활용했다. 일단 물기 없이 말리기 위해서 껍질을 키친 타월에 좀 널어 두고, 껍질 안쪽에 붙어 있는 얇은 막을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 막을 제거하고 나면 바삭한 껍질만 남는데 얘들을 한 데 모아서 잘게 부숴주면 끝이다.
껍질을 잘게 부시는 이유는 흙과 더 잘 섞이게 하기 위함이다. 그냥 큰 덩어리를 툭 하고 올려도 영양분을 줄 수 있지만 흡수가 느리고 보기도 좀 별로인 것 같아 잘게잘게 부수었다. 그런 다음 화분 흙 위에 골고루 뿌려주고 물 줘야 하는 타임에 물을 주면 된다.
그동안 좋다는 영양제들 이것 저것 사서 백날 줘봤자 이렇다 할 변화를 느끼기 못했는데, 달걀 껍질 영양제는 변화를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우선 그러데이션 컬러로 연약하게 자라난 잎에 영양이 채워진 느낌이 들었고 조금 더 빨리 자라는 느낌도 살짝 든다. 다만 기존에 처져 있던 잎이 바로 서거나 하지는 않았다. ㅋㅋㅋㅋ 하지만 새 잎이라도 튼튼하게 자라준다면 앞으로 여인초와 함께 할 날이 더 길어질 수 있지 않은가.
달걀 껍데기 영양제가 다른 식물들에게도 효과가 있을지는 앞으로 테스트해볼 예정인데, 예상컨대 여인초와 비슷한 관엽 식물들에게는 괜찮치 않을까 싶다. 식물 집사들이여, 시들시들 하는 여인초가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달걀 껍데기 영양제 한첩 대령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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