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작지 않은 야외 테라스가 있다. 야호! 이 집에 이사를 온 후 코로나가 터져서 긴 시간 동안 이 공간이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생애 처음으로 테라스 텃밭을 계획하고 매년 채소를 키워온 지 어언 3년! 도시농부로서 몇 가지 시행착오와 열심히 사모은 물건들의 후기를 공유해 보고자 한다.
채소가 좋아하는 텃밭 상자 고르기
텃밭을 만들기 위해서는 텃밭 상자와 흙이 기본이다. 젤 처음 구입한 것은 가장 많이 볼 수 있고 무난한 플라스틱 텃밭 상자였는데, 이걸로 상추랑 고추 등 기본 채소를 길러보니, 이 텃밭 상자의 깊이가 너무 낮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상추와 같은 잎채소류는 20~30센티 깊이의 상자로도 가능하고, 고추나 방울토마토와 같은 열매를 맺는 채소들은 30~40센티 정도 깊은 상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텃밭 상자에서 상추를 키워보니 나중에 상자 아래로 뿌리가 나올 정도여서 비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추가 못 크는 건 절대 아니지만, 우리가 바라는 건 상추든 고추든 잘 크는 것을 원하지 않나? 결국, 좀 깊이가 있는 텃밭 상자를 골라야 어느 작물이든 구애받지 않고 잘 키울 수 있다.
깊고 큰 텃밭 상자들을 구입하려고 하면 은근히 가격이 좀 나간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하나만 살 거면 큰 부담이 안되지만 몇 개 고르다 보면 십만 원쯤 우습게 나갈 수 있다. 좀 저렴하면서 깊이도 깊은 텃밭 상자를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폭풍 서치를 통해 '깨비농장'이라는 곳의 이런 포대 자루 같은 화분을 알게 되었다.
깨비농장 화분은 원래 블루베리 묘목을 키우는 용도이니 깊이가 충분하고 저렴한 데다가 나중에 텃밭을 정리하더라고 쉽게 처리할 수 있을 듯하여 마음에 들었다. 화이트에 스프라이프니까 은근히 디자인도 이쁘다. 이 화분은 2년 동안 야외에서 비바람을 맞고 있지만 처음과 거의 그대로다. 비싸고 자리 차지도 많은 플라스틱 화분에 비해 훨씬 활용도 좋은 텃밭 화분으로 추천하고 싶다.
이 화분에서는 방울토마토가 내 키보다 높게 자랐고, 심지어 옥수수도 키워본 적이 있다. 작년에 사진을 찍어두지 못해서 검증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낮은 플라스틱 상자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채소 모종 심기 전 해야 할 일
첫 텃밭 농사라면 새로운 상토를 구입해서 모종을 심거나 씨앗을 뿌리면 되니까 추가로 할일은 없다. 하지만 나처럼 같은 흙에서 두 번째, 세 번째 농사를 준비하고 있다면 3월 이맘때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바로 흙에 영양을 주는 것이다. 작년에 키웠던 채소들이 이미 흙의 영양분을 쪽쪽 빨아먹었기 때문에 작물이 크고 난 자리에는 영양분이 전혀 없다. 유기농 비료를 하나 구입해서 기존 흙과 함께 섞어주는 일이 필요하다.
비료를 줄 때 주의할 것은 모종이나 씨앗을 심기 전 최소 2주 전에는 해두어야 하는 일이다. 비료에 나오는 뭔 가스 같은 것들이 충분히 발효되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것들이 채소 모종에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이란다. 비료의 양도 '무조건 많이'가 아니라 흙의 양에 따라 적당한 비율로 줘야 하는데, 비료를 구입하면 적정량에 대한 안내 사항이 있으니 차분히 읽어보아야 한다.
집에서 텃밭을 가꾸고 난 후에는 밖에 다닐때 작은 밭이라도 보이면 유심히 보게 된다. 진짜 농사꾼들은 어떻게 작물을 키우고 있는지 눈으로 감상을 해보는 것이다. 2~3월에는 어김없이 밭 주변에 비료 포대가 쌓여있다. 농사꾼들은 이 시기에 밭에 영양제를 주는 작업을 하는 듯하다.
튼튼하고 안전하게 모종 심는 법
모종을 심는 시기가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상추와 같은 잎채소는 좀 일찍 심어도 되고, 고추 같은 열매류는 좀 느긋하게 심어야 한다. 봄도 되고 날씨도 따뜻한데 지금 심어도 되는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4월에도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는 날이 종종 있어서 작물이 크기도 전에 죽여버리는 일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죽지 않더라도 이런 풍파를 겪으면 쑥쑥 자라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안전하게 4월 말~ 5월 초순이 모종을 심기 딱 좋은 시기이다. 서울 경기 기준으로 그렇고, 기온이 따뜻한 남쪽 지방은 이것보다 2주는 당겨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아파트 베란다 같은 실내에서는 이 기준이 상관없다. 3,4월에 작물이 얼어 죽을 일 없으니까 말이다.
밭 준비는 끝났으니 느긋하게 기다렸다가 모종을 구입할 예정이다. 모종은 인터넷으로 구입하고 있는데, 이유는 인터넷에서는 상추 모종 3개, 고추 모종 2개, 방울토마토 모종 1개 씩으로 소량으로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양재 꽃시장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한판을 사라고 하니 가격이 저렴해도 처치 곤란하다. 3년 동안 온라인에서 모종을 구입했는데, 배송에도 문제가 없었고 잘 자라는 모종을 판매하는 좋은 판매처도 알게 되었다.
농사는 시기를 놓치면 안되고 때마다 꼭 해야 할일이 있다고 한다. 나름 텃밭도 농사이기 때문에 공부도 필요하고 정성도 필요했다. 모종 심기 전 흙에 비료를 주는 일을 시작으로 올해 우리집 텃밭 농사도 시동을 건 셈이다. 앞으로 우리집 텃밭 일기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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