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동안 양재꽃시장을 자주 애용했더랬다. 워낙 유명하고 집에서 가까웠고 거기 가면 화분이랑 생화랑 자재들이랑 뭐든지 다 구입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양재꽃시장은 그 유명세만큼 너무너무 붐비는 곳이다. 출발 전에는 식물 구경하는 시간도 보내고 쇼핑도 해볼까? 이런 마음이지만 막상 들어가면 좁은 통로에 사람이 꽉 차 있고, 집집마다 주인장들이 계셔서 식물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기가 살짝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멀지만 찾게 된 곳이 바로, 경기도 용인시 한적한 곳에 위치하고 있는 <남사화훼단지>였다.
이곳은 통로가 넓어서 마트처럼 카트를 끌고 다닐 수 있는데다가 주인장은 어디 계셨는지 알 길이 없고 나올 때 계산대에서 쿨하게 정산하면 끝이라서 그 점이 쏙 마음에 들었다. 그냥 소문만 듣고 처음 가게 된 곳이었는데 아뿔싸! 남사화훼단지라고 네비에 검색하고 갔더니.. 잉? 내 차는 이상한 비닐하우스 앞에 서고 말았다.
아니었다! 남사화훼단지라고 검색하는 게 아니었다.
양재꽃시장은 하나의 장소에 여러 꽃가게들이 함께 있는 곳이라 주차장도 하나인데, 남사화훼단지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남사화훼단지는 여러 꽃집이 모여있는 특정 지역을 이야기할 뿐이고, 하나의 장소가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는 네비에 검색을 하면 <남사화훼단지>가 떡하니 나온다는 사실! 이것 때문에 초행길인 나 같은 사람들은 상당히 혼란스럽다. 거기 찍고 가면 아무도 장사하지 않는 그냥 비닐하우스가 나온다. 나처럼 실수하는 사람들이 많았던지, 그곳에 이런 팻말이 있었다.
<에르베 플라워 아울렛을 검색하고 오세요> ㅋㅋㅋㅋㅋ
에르베 플라워 vs 예삐 플라워
일단 시키는 대로 에르베 플라워 아울렛을 검색하고 갔더니 내가 기대했던 풍경이 펼쳐졌다.
여기저기 헤매면서 알게 된 사실은 에르베는 하나의 꽃집일 뿐이고, 이런 꽃집들이 이 주변에 많이 모여 있어서 이곳을 남사 화훼단지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에르베는 도로가에 위치하고, 서울에서 남사화훼단지 쪽으로 오면 거의 초입에서 만날 수 있는 꽃집이다. 입구에 대형 카트들이 즐비했고, 들어가면 작은 화분부터 큰 대형 화분까지 한눈에 감상할 수 있어서 기뻤다.
결론은 남사화훼단지를 가고 싶은 사람들은 특정 꽃집 이름을 검색해서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꽃집이 있는지 후기를 좀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에르베는 단지 초입에 있으니까 잘 모르겠으면 여길 검색 해서 일단 한번 경험해 보고, 다른 곳으로 더 들어가 보는 걸 추천한다.
에르베를 둘러보고 나서 차를 다시 타고 10분쯤 가서예삐 플라워 아울렛도 방문했다. 예삐는 인터넷에 남사화훼단지라고 검색하면, 많이 나오길래 궁금해서 한번 가본 곳이다. 예삐는 에르베보다는 더 안쪽으로 들어간 위치에 있었다. 에르베에서 예삐까지 가는 길에는 여러 꽃집들이 있었고 보니까 소매점이랑 도매점이랑 뭔가 나랑은 상대를 안해줄 것 같은 집하장 같은 곳들이 모두 섞여 있었다. 꽃집들도 다들 나름대로 특징이 있어서, 다육이를 전문으로 하는 곳도 있고, 정원수를 전문으로 하는 곳도 있어서 식물에 아주 전문성 있는 동네처럼 보였다.
예삐의 구조도 에르베와 유사하다. 입구에 대형 카트가 있고, 들어가면 작고 큰 식물들이 펼쳐져 있고, 토분도 많고 흙도 있고.. 암튼 한 곳에서 다 살 수 있는 구조다. 그냥 내 개인적인 느낌은 예삐가 에르베 보다 식물의 상품성이 좀더 좋아 보였다. 에르베는 날 것 그대로라면 예삐는 좀 더 다듬어진 느낌? 그날따라 그랬을 수도 있고 원래 그런지는 모르겠다. 암튼 결론은예삐에 있는 식물이 좀 더 예뻐 보여서 결국 예삐에서 구매를 하게 되었다. 사실은 지쳐서 여기서 구매한 걸수도 있다. ㅋㅋ
이곳저곳을 가보니 작은 식물을 살거면 가장 편안한 곳은 <에스티아>라는 카페인데, 카페와 식물 가게를 함께 운영되고 있어서 편안한 쇼핑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자세한 내용은 따로 포스팅을 해두었다. 대신 중대형 화분을 고르고 싶다면 에르베나 예삐를 추천하고 싶은데, 종류도 많고 가격이 좋았기 때문이다.
대형 거실 식물 쇼핑에 좋은 곳, 왜?
6월 첫 폭염이 왔다는 날에 방문을 했더니 너무 더웠고, 여기저기 헤매느라 체력 소모가 있었지만, 화분의 가격을 보니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식물을 좋아해서 쇼핑 경험이 많고, 양재꽃시장은 쭉 이용해서 대략적인 시세를 알고 있는 편인데, 남사화훼단지의 식물 가격은 확실히 싼 편이다. 주인장들이 볼까봐 겁나지만 너무 싸서 속으로 깜짝 놀란적도 있다.(이런 거 들키면 가격이 올라갈까 봐 너무 무섭다 ㅋㅋㅋ) 특히, 작은 식물보다는 거실형에 둘 수 있는 중대형 식물을 사야 교통비를 톡톡히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희귀한 식물은 당연히 비싸지만, 그냥 흔하게 볼 수 있는 여인초나 아레카야자, 떡갈고무나무, 뱅갈 고무나무 이런 인기 있는 거실 식물들이 3만 원을 넘지 않는다. 물론, 좋은 화분에 분갈이가 필요한 것들인데 아무튼 내 경험한 그 사이즈의 식물만 구입하려고 해도 양재에서는 5만 원이 확실히 넘기 때문에 싼 가격이 확실했다. 토분이나 좋은 화분을 구입해서 식재하면 가격이 오르겠지만 그래도 싸다. 분갈이를 직접 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더 이득일 것이고 말이다.
아쉽게도 난 이미 거실용 대형 화분이 있었고, 이날 쇼핑은 작은 화분을 살려고 했기 때문에 비용적으로 큰 이득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식물을 실컷 구경할 수 있는 재미가 있었고, 다음에 식물이 필요하면 다시 올 수 있는 답사 경험이 된 것 같다. 식물을 좋아하는데도 식물을 잘 키우질 못해서, 난 식물 쇼핑이 잦은 편이라 이런 곳을 알아두는 게 중요했다.
분갈이 서비스가 있다는 걸 보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 유료이긴 하지만 양재에서는 유료라도 해달라고 부탁하기가 영 눈치 보이는데, 여기서는 깔끔하게 비용 주고 받고 해주세요를 요청할 수 있다. 내가 자꾸 양재를 비교하는 건 내 경험이 양재밖에 없어서이지, 깔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다. 그 정도 위치에 그런 쇼핑을 할 수 있는 곳도 흔히 않고, 몇 년 동안 나에게 좋은 추억과 편리를 제공한 곳이라 양재꽃시장에게도 아주 애정이 있다. 하지만 진즉에 남사화훼단지를 알았더라면 나들이 삼아 몇 번은 더 갔을 듯하다. 식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방문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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